'산고' 끝 상임위 통과한 비정규직법안

지난 2004년 11월 발의된 뒤 여야 대립으로 15개월간 장기 표류해온 비정규직법이 27일 밤 진통끝에 상임위를 통과했다. 2월 국회내 처리를 주장해 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민주노동당을 따돌리고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일사천리로 법안을 처리, 법사위로 넘긴 것. 이날 법안 처리는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태에서 민노당과의 물리적 충돌 끝에이뤄진데다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후폭풍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상임위 차원에서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것은 지난해 10월 27일 통외통위의 쌀 비준안 의결 당시에 이어 두번째이다. ◇강행처리 배경 = 비정규직법안의 전격 처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해가 일치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3월 임시국회 개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법 문제가 이번에도해결되지 못한다면,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국면과 맞물려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양당 모두 심화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민노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용 사유제한 부분이 양당으로선 수용 가능한 마지노선을 벗어나는 `절대 불가 카드'라는 점에서 민노당 주장에 끌려 더이상 시간을끌어봤자 뚜렷한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지난 22일 신임 위원장 선출로 노동계의 강경 투쟁 노선이 예고된것도 여야로선 부담이었다. 특히 적극적인 쪽은 우리당이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연기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재계와 노동계간 타협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여당이 절충안에 `총대'를 메면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우리당이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한나라당과의 사전 의견 조율과정에서 합법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 만료후 고용형태와 관련, 당초 `고용의제'(무기근로계약) 주장에서 한나라당의 `고용의무'를 수용하는 쪽으로 한발짝 물러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는 모종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번 사학법 강행 처리 이후 `책임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면서일시적으로 당 지지율이 반등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당초 재계 입장 등을 감안,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던 한나라당도 지난해말부터두달 가까이 계속된 등원거부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일정부분 안고 있어 더 이상 법안 처리를 지연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야4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비정규직법을 차기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 민노당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가 불과 하루뒤인 23일 우리당과의 양당 정책협의회의에서 해당 상임위에 맡겨 조속히 처리키로 방침을 뒤짚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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