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말 `중국 쇼크'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7월들어서는 매도세로 돌아서고 있다.
1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지난 4월 1조4천830억원에서 5월 8천473억원, 6월 112억원으로 감소했으며 7월1~9일에는 2천64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최근들어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과 관련된 해외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펀드 조사기관인 이머징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지난주(1~7일) 한국 관련 4개 펀드에서 9억9천100만달러가 순유출돼 전주 6억7천400만달러에 이어 2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들 4개 펀드 가운데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GEM)와 아시아(일본 제외) 펀드에서는 각각 4천300만달러, 8천700만달러가 순유입됐으나 인터내셔널펀드와 태평양 지역 펀드에서는 각각 10억9천800만달러, 2천2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데다 하반기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이익의 하향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 자금 유출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달리 삼성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한국 관련 4개 해외펀드 가운데 인터내셔널펀드의 자금 유출은 대형펀드의 청산에 의한 것으로, 아직 본격적인 자금 이탈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미 금리 인상 이후에 국제 투자자금은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경기 지표를 볼 때 경기 둔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 자금의 유입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 일자리수는 11만2천개가 증가해 시장 예상치 25만건을 크게 밑돌았고 6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지수도 예상치 63보다 낮은 59.9를 나타내는 등 경기지표가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또 미 S&P 500 지수 편입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도 2.4분기 19.2%에서 3.4분기 14%, 4.4분기 15.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 기대심리가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은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0%로 낮추는 등 소비와 투자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하반기 미국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다 중국의 성장 둔화마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에 따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7월부터는 순매도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회복과 중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가 부각되는 4.4분기에나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