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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는 금융회사에 검사인력을 아예 상주시키는 '상주검사역제도'를 도입한다.
지금은 금융회사에 건전성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감독관을 파견하는데 앞으로는 내부 통제력을 잃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이 같은 상주검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또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 들 방침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주요 시중은행장을 서울 여의도 금감원으로 긴급 소집해 "자정노력과 통제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감독 당국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감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상주검사역제도'란 금융사고 감독과 검사 업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많게는 수십 명의 검사역들을 해당 금융회사에 상주시키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감독청(OCC)이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규정 시행세칙에도 금감원장이 내부 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검사원을 일정기간 상주시키면서 상시 감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금융사와의 유착 방지를 위해 별도의 감찰 체계를 갖추고 수시로 검사역을 교체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금융회사에 감사위원회나 상근 감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감독 당국이 직접 상근해서 검사하는 인력을 투입할 경우 옥상옥이나 관치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 원장은 또 앞으로 금융사고 발생 때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에도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 경영진과 감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신뢰를 잃거나 실적만을 우선시하고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무관심해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SC 등 10개 주요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최 원장의 모두발언 이후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는 조영제 부원장이 은행장들에게 직접 내부 통제 점검회의를 주도하라고 당부했다.
조 부원장은 특히 은행장들에게 줄서기 문화를 뿌리 뽑고 모든 구성원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경영·인사 전반의 쇄신을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라 사고가 발생한 해외점포에 대해서는 지점장의 대출 전결권을 조정하고 취급 여신의 사후심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사기 의심 거래에 대해 즉시 이체를 정지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의 조속한 도입도 주문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온정주의에 빠지지 말고 잠재 리스크를 확실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회의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으로 금융 당국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직후 은행장들은 "직원의 윤리의식 개혁, 내부 통제제도의 미비점 보완, 상시 감시 강화 등을 통해 향후 금융사고 재발 방지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은행권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며 "(금융사고에 대해) 많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죄송하고 위기의식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은행장들은 이에 따라 앞으로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새로운 상시 감시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기존 내부 통제제도의 운영실태를 일제히 점검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로 했다. 관리자들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고 발생시 지점장과 본부장이 함께 책임을 지는 연대책임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 간의 내부통제협의회도 설치해 취약요인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국민은행의 이건호 행장은 "실적이 좋은 게 최고가 아니라 내부관리 노력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내부 통제를 위한 영업점장 등 관리자급의 노력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순우 회장은 "윤리의식을 높이려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하는데 그 방법에 대해서는 30년 전 입행 때부터 고민해왔다"며 "시대가 바뀌었으니 젊은 세대에 맞는 실질적인 교육방법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