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CEO]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마라톤 통해 임직원에 자신감 북돋워
산악등반으로 도전정신 함량
탐험·장학금 등 이웃돕기도 적극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은 불과 12년 전만해도 국내 대표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에서 근무했다. 당시의 사명은 'LG이노텍'. 구 회장이 금융분야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금성사(현 LG전자) 설계과에 입사한 뒤 26년 간을 제조업 분야, 그 중에서도 방위산업 분야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 1999년, 그룹 계열분리와 함께 LIG손해보험의 전신인 LG화재에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이공계 대학 졸업 후 25년 간 종사했던 제조업을 떠나 처음으로 금융업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았다. 보험관련 전문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이상 최고의 전문가가 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보험 전문가'로 변신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뉴욕에 자리한 보험전문대학인 TCI(The College of Insurance)에서 공부했다. 구 회장이 산악등반을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스스로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용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었고, 또 당시 모그룹이었던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하면서 LG화재는 독립적이면서도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그러한 시점에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오은선 씨를 만나게 됐다. 산악인에 대한 재정적 후원에 그치던 탐험 활동에 그가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은 2001년의 일이었다. LG화재를 거쳐 2000년도에 럭키생명의 대표로 재직하게 됐는데, 당시 럭키생명은 만성적인 경영 악화로 퇴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뭔가 커다란 전기를 마련하는 게 절실한 시점이었다. 무기력에 빠져있던 임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이를 실천할 용기였다. 때마침 히말라야 K2봉(8,611m)에 오르려던 박영석 대장이 구 회장에게 원정대장을 맡아줄 것을 권해 , 고심 끝에 수락하게 된 것이다. 구 회장이 마라톤을 시작한 시기도 당시였다. 임직원에게 리더로서 귀감을 보이기 위해 탐험을 시작했다면 마라톤은 스스로뿐만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극한의 스포츠를 직접 경험하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사장이 뛰니까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마지못해 참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발적으로 마라톤에 참여하려는 임직원이 늘어났다. 또 마라톤에 도전하는 임직원이 늘어나는 정도에 맞춰 회사 실적도 점차 나아졌다. 결국 구 회장과 임직원들은 마라톤을 통해 만성적자였던 럭키생명을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구 회장이 기업 경영과 인생에 있어서 좌표로 삼고 있는 경구는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이다.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로 '눈 내린 들판을 밟아 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뜻이다. 구 회장은 탐험가의 선구자 정신을 경영인의 가장 큰 덕목인 리더십의 핵심요소라고 믿고 있다. 구 회장은 탐험과 마라톤을 통해 이웃을 돕기도 한다. '희망탐험기금'과 '희망마라톤기금'이라 이름 붙여진 자선기금은 구 회장이 산악 등반에서 직접 오른 높이 1m당 1,000원, 마라톤에 참가해 달린 거리 1m당 100원을 출연해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기금은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LIG손해보험의 경영이념은 '오늘을 지키는 기업, 내일을 책임지는 기업'이다. 구 회장은 2011년을 '통념타파를 통한 대도약의 해'로 정하고, 언제나 고객과 사회에 희망이 되는 영원한 동반자가 되기 위한 도전과 혁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He is ▦1950년 경남 진양 ▦1968년 서울 경기고 졸업 ▦1974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졸업 ▦2011년 한양대학교 명예 경영학박사 ▦1974년 금성사 입사 ▦1993년 럭키금성 상사 상무 ▦1994년 LG정밀 부사장 ▦1999년 LG화재 부사장 ▦2000년 럭키생명 대표이사 사장 ▦2002년 LG화재 대표이사 사장 ▦2005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 ▦2009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회장
발빠른 시장 대응… 美·中등 해외시장 공략
● 具회장의 경영 전략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은 '마라톤 경영'과 '탐험 경영'등 끝없는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는 자신만의 경영 방식을 도입해 회사의 성장을 가장 앞에서 이끌었다. 상품경쟁력 확보와 우수 인력 확보 및 교육체계 정립 등을 통해 기존 전통 채널을 한층 강화한 데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해 방카슈랑스, 제휴영업 등 신채널 분야에서 업계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한 국내 보험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미국과 인도네시아,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중국 현지법인 'LIG재산보험'의 출범을 위해 중국 난징을 직접 수차례 방문하는 등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발휘해 외국계 회사로는 최단 시일내 중국에서 영업인가를 획득하는 결실을 낳기도 했다. 지난 2006년에는 사명을 기존의 'LG화재'에서 'LIG손해보험'으로 바꿔 회사의 새로운 위상과 비전을 정립했으며, 명확한 중장기 전략 설정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구 회장의 이러한 경영활동은 자연스레 경영성과로 이어져 지난 1999년 자산규모 2조8,000억원, 매출 1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경영실적을 지난해 자산규모 11조6,000억원, 매출 6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또 세계 최고의 보험전문신용평가 기관인 A.M.베스트(Best)로부터 A-(Excellent)등급으로 평가 받는 등 재무 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초우량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지난 3월 구 회장은 이러한 혁신적 기업경영 성과와 보험산업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 받아 모교인 한양대학교로부터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나눔경영에 앞장서는 CEO이기도 하다. 사재를 털어 교통사고유자녀를 돕기 위한 공익기금을 출연하고 있는 것으며 지난 2005년에는 'LIG희망봉사단'를 발족시키고 스스로 봉사단장을 맡아 봉사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9월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정부로부터 '이웃돕기유공 국민포장'을 수훈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