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주한 美ㆍEU상 간담회에 나타난 정책방향] 경제체질 ‘글로벌 스탠다드’ 맞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 미국ㆍEU(유럽연합) 상공회의소공동 초청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경제정책이나 기업, 회계, 노동기준 등 외국인투자자들이 그 동안 우려하는 문제점을 풀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맞춰나가겠다는 각오다. 뒤집어 보면 방만한 기업경영, 느슨한 회계 등 한국적 관행에 젖어있는 기업들과 귀족화, 경직화하는 노조쪽 모두를 향한 강력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외국인투자자들은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대해 환영을 표시했다. 그러나 새 정부는 기업, 노조, 전문가집단등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글로벌 스탠다스 구축 = 노 당선자는 이날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경제정책의 5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가 내세운 5대 원칙은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추진 ▲경제의 질서와 원칙 준수 ▲규제 완화 ▲노사관계 안정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등이다. 노 당선자는 이 같은 5개원칙을 축으로 경제의 틀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맞춰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노 당선자는 “한국경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업, 행정규제, 외국인투자, 노사관계등에 대한 지속적인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외국인들 앞에서 개혁을 강조한 이유는 코리안 디스카운트(한국 기업들의 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는 것)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적인 틀과 시장시스템을 선진국수준으로 뜯어고칠 것이란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펀더맨틀과 성장성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주문이다. 여기에는 차기 정부의 개혁 의지를 믿고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해도 좋다는 뜻도 담겨있다. ◇공정, 투명한 시장 조성 = 노 당선자는 첫번재 원칙으로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시장이 예측가능성을 갖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살아 숨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그는 “시장 지배력이 남용되거나 약자와 이해관곚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서는 안된다”고 말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노 당선자는 이에 대한 실천전략으로 회계감독의 강화를 맨먼저 내세웠다. 회계의 투명성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국제적인 기준을 못 맞추고 있다는 게 노 당선자의 판단이다. 그는 “회계감사도 중립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조기에 도입하고 기업지배구조도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노사문제 해결 = 노 당선자는 특히 연설문중 노사관계에 대한 언급에 많은 비중을 뒀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에게 노사문제가 가장 큰 불만으로 비쳐지는 현실을 염두에 둔 배려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노사관계라고 알고 있다”고 말해 이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또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당선자는 “노ㆍ사ㆍ정 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조정해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기구로 이끌겠다”며 나름대로의 해법을 내놓았다. ◇개방 확대 =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에 대한 비전도 제시됐다. 외국인들이 기업을 하거나 생활하기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경제자유지역을 지정할 계획이니 많은 투자를 바란다는 메시지였다. 노 당선자는 특히 “경제자유지역내에서는 외국투자가들이 질 높은 의료와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 교육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구상이다. 노 당선자가 의료, 교육시장 개방문제를 특별히 언급한 것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 정부가 마련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에 있는 의료, 교육시장 개방 계획은 (의료의 경우)내국인들의 이용이 불가능한 절름발이 개방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는 경제자유지역에 들어선 외국병원에서 내국인들도 외국 의료와 교육서비스를 마음대로 받게 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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