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을 주관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애플을 지지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년여를 끌어온 스마트폰·태블릿PC관련 특허소송의 최종 판결을 1주일 남긴 시점에서 의회가 소송에 개입하려 들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4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리 의원은 서한에서 “표준특허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는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애플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 같은 사실은 리 의원이 문서공유 사이트 스크라이브드닷컴에 해당 내용을 등록하면서 알려졌다. 서한 작성에는 리 의원을 포함해 모두 4명의 상원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특정 사건의 옳고 그름에 대한 전제는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기술 표준은 다양한 제품이 경쟁하는 시장에 소비자들이 접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ITC의 최종판결에서 설사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정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는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미 하원의원 일부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ITC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가 ITC에 연이어 공개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보기술(IT) 업계는 벌써부터 판결 결과를 둘러싼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ITC 판결에 의회가 직간접적인 압박을 행사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ITC는 오는 31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의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미 의회가 ITC의 최종판결에서 애플의 특허침해 가능성이 높아지자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ITC는 미국 대통령 직속의 준사법 독립기관으로 주로 특허 침해와 반덤핑 규제 등 국제적인 통상분쟁을 다룬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제품의 관세율을 인상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며 사안에 따라서는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최종 재가를 내리기 때문에 특허침해 여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연방법원의 판결에 비해 영향력과 파급력이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