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격전지를 가다] <10> 경남 김해을

김태호 "도지사 경험 살려 승부" 김경수 "노무현 정신 되살릴 것"
"도지사로 지역에 많은 도움"
"김해 되레 난개발… 부작용 커"
여론조사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준 노무현 대통령의 향수에 마음이 끌리기는 하는데 김태호 후보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했다는 부모님 말씀도 있어 누굴 찍을지 고민이에요."

경남 김해시 장유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김모(24)씨의 말이다. 오는 4ㆍ11 총선에서 경남지사 출신의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민주통합당 후보가 맞붙는 경남 김해을 지역의 정서는 김씨의 말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는 김태호 의원과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을 '노풍(盧風)의 진원지'로 만들겠다는 김경수 후보 간 대결이 치러지는 경남 김해을은 4ㆍ11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참여정부 이후 치러진 17ㆍ18대 총선에서 모두 현 야권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가 지난해 4ㆍ27 재보궐선거에서 김태호 당시 후보가 2%포인트 차의 신승을 거둔 곳인 만큼 이번에도 예측 불허의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고 있다.

장유면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김경수 후보는 "노 대통령이 남긴 상식과 원칙, 서민을 위한 삶이 현 정부 들어 모두 무너졌다"며 "(노 대통령의 고향인) 이곳에서조차 노무현 정신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의 유지'를 자양분으로 삼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김 후보는 이어 "김해가 급속한 성장으로 난개발과 이에 따른 교육ㆍ복지ㆍ문화의 불균형, 부산ㆍ김해 간 경전철 적자 문제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현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 예산이 축소되면서 상황이 악화돼가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복원시키는 데 의정활동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ㆍ경남(PK)에 불고 있는 노풍에 맞서고 있는 김태호 의원은 경남도지사의 경험을 앞세워 지역 일꾼론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역의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월 전 분양전환대책위원장을 맡았고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법을 대표발의한 상태"라며 "경전철 문제 역시 도지사의 경험을 살려 지방 행정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이는 '김태호 브랜드'를 활용하기 위해 당에서 정한 빨간색 대신 지난 재보궐 당시의 파란색 복장으로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김 의원은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별로 되지 않아 파란색이 김태호 이미지에 어울린다는 사람이 많다"며 "당에는 송구스러운 일이지만 선거에서는 승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내세우는 지역 일꾼론에 대해서는 유권자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퇴직한 65세 남자 유권자(관동리 거주)는 "김 의원이 제2터널(불모산 터널)을 조기 개통시키는 등 (재보궐 당선 이후)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했다"고 전했다.

반면 택시기사 김훈량(70)씨는 "최근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씨를 재수사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잘못된 것 같다"며 "새누리당 의원이나 단체장 출신들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생각에 지역 문제는 나 몰라라 한다.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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