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을 보내며] 법무법인 세종 정두석씨

붉은악마·촛불시위·대통령선거 "국민저력 확인 감동의 한해"1,200만 국민들의 붉은 열기가 전국의 거리곳곳을 달궜던 월드컵. 남과 북이 손을 잡고 통일의 열기가 넘쳐 난 부산아시안게임. 미군에 의한 여중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한반도를 밝힌 촛불시위, 그리고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던 새 천년 첫 대통령의 탄생. 그 어느 해보다 '기억할 만한'일들이 많았던 2002년. 그 역사의 현장에서 온 국민은 함께 감격하고 웃고 울었다. 법무법인 세종의 지적재산권부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두석(33ㆍ사진)씨. 그는 올 한해를 생각하면 가슴속 감동이 솟구쳐 올라 눈물이 난다. 붉은 악마로, 아시안게임 서포터즈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그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희비를 나눴기 때문이다. "올 해는 그야말로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많이 남습니다." 임오년을 이틀 남긴 30일 정 씨가 한해를 되돌아 보며 느끼는 소회다. 노사모에서도 축구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 씨는 당연히 올해의 '빅뉴스'로 월드컵과 대선을 꼽았다. 정씨는 "대선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적 참여를 하게 된 계기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형성된 '젊은 의식'"이라며 "그 결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였겠지만 월드컵 때 붉은 티를 입고 가족ㆍ동료들과 서울 시청 앞에서 그리고 사무실에서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다"며 "그때의 붉은 감동은 지금도 눈에 선하고 이는 평생이 가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지난 6월을 떠올렸다. 또 정씨는 부산아시안게임때 남북공동응원단으로 참가했다. 지난 10월께 2박3일간 휴가까지 내가며 부산을 찾았던 그는 "남과 북이 함께 '통일'을 외쳤던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북한의 유도선수 계순희로부터 사인까지 받던 때는 정말 통일이 가깝게 온 것만 같았다"고 흥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올해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의 죽음은 '정말 안타까웠던 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정씨는 "광화문 촛불시위 때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아이까지 데리고 나온 많은 시민들을 보면서 코끝이 찡했다"며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계가 좀더 평등한 관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보여줬던 계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 씨가 올해 자신의 '최고 이벤트'로 꼽는 것은 노사모 활동. 정 씨는 대선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터진 정몽준씨의 지지철회로 노사모에 비상이 걸려 회원들끼리 '번개'(긴급모임)를 갖고 투표일 새벽까지 인터넷을 통해 토론을 펼쳤던 기억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혀를 찼다. 정씨는 "새로운 시대를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노사모로 결집이 됐고 결국 큰 일을 해냈다"며 "따라서 노 당선자는 이 같은 바람을 잊지 말고 '화끈한 개혁'을 해주길 바라고 앞으로 5년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결혼 5년째인 정씨는 "개인적으로 내년에는 가정생활에 좀더 신경을 쓰고 자녀계획도 갖고 있는 만큼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양을 닮은 착한 아이가 태어났으면 한다"며 새해의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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