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재록씨 비리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한 이후 재계는 충격과 우려 속에 이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지켜보고 있다.
재계는 이 사건이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이나 대선자금 수사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나가 수사 또는 재판을받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이나 장기 비전 수립 등 기업의 전략적인 경영활동은사실상 전면중단될 수밖에 없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27일 "언론 보도 이외에 사건의 내용을 알지 못해 코멘트하기 어렵다"면서도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된다면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으로만 본다면 거의 모든 주요그룹 총수들이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았던 과거의 사건들과는 경우가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일단은 주시해야겠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현대그룹은 검찰이 사건을 수사중인만큼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자칫 이번 수사가 화대돼 환율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사의경영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검찰 수사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당사자로서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면서 "언론에서 수사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전혀 확인되지 않아 우리도 답답할 뿐"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수사가 진전되면 검찰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겠지만 이 일로 인해 기업경영에 큰 타격이 가해지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옛 안기부 도청 테이프에 나타난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혹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배정 의혹 등으로 곤경을 겪은 삼성그룹은 현대에 관해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이 일이 재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에 쏠렸던 시선이 현대로 옮겨가면 삼성으로서는 유리한 점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런 일로 재계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되고반기업 정서가 확산된다면 삼성에게도 좋을 일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에 대한 수사가 신속히 마무리돼 더이상 확산되지 않기를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