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눈이야기] 노안(10)

'ASA80 수술'로 젊은 세상 되찾아

‘노안과 당당하게 맞서자.’ 용기를 내 병원 문을 두드린 권모씨(은행지점장). 두꺼운 안경 속에 자리 잡은 눈빛 속에 억울함이 꽉 들어찼다. 약간의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노안이 온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검사를 해보니 역시나 그랬다. 과로에 잦은 술자리까지 정신없이 보내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신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그 때의 답답함. 그리고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참담함은 공포였다고 털어놓는다. 정신이 들고, 대처방안을 생각해 봤지만 가까운 안경점에서 돋보기를 맞추는 게 유일했단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필자도 경험했던 바 있어 끄덕임으로 공감을 표했다. 권씨는 노안이 찾아온 것이 무서웠지만 방법을 찾아 나섰다. 자연의 섭리에 대적할 수는 없지만 지혜로운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고교 동문회에 나가보니 저처럼 노안이 온 친구들이 제법 있어요. 그런데 다들 그냥 살고 있더라고요. 전 절대 그럴 수 없었습니다.” 권씨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대다수 노안환자는 공포에서 포기쪽으로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권씨는 노안과 맞서보겠다는 도전장을 냈다. 이것은 치료의 시작이다. 권씨의 얘기가 끝날 즈음 필자가 바통을 받았다. “시력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눈은 깨끗하네요. ‘ASA80 노안수술’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독일에서 개발되고 우리나라에서 임상을 거친 획기적인 노안수술법을 설명했다. 기뻐할 줄 알았던 권씨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노안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게다. 곧 진정한 권씨는 수술원리를 물었다. 두 눈 모두 근거리와 원거리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눈 검은자 가운데 부분은 볼록렌즈처럼 만들어줘 가까운 거리를 볼 수 있게 하고, 그 주변은 먼 거리를 볼 수 있게 하는 원리라고 말해줬다. 동시에 지금 쓰고 있는 두툼한 안경도 벗어 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명을 듣는 권씨의 눈이 들어올 때의 비장함은 오간 데 없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함으로 가득하다. 중학교 때 처음 안경을 꼈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여 기분 좋게 안경을 썼다는 권씨. 사십 중반에 돋보기를 손에 쥘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돋보기 낀 모습이 떠올랐단다. 그는 8월 중순 휴가 때 수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래 쓸 것 같아 제법 돈을 주고 산 돋보기와 정도 들기 전에 이별을 하겠군요.” 권씨는 여유 있게 농담까지 던지면서 병원 문을 나섰다. 박영순ㆍ박영순아이러브안과원장ㆍwww.eyelovei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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