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고] 기업가 정신·리더십을 춤추게 하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위기의 시대에는
발상전환ㆍ창의경영으로 개천에서 용 많이 나오길


위기를 인식한 순간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는 말의 행간에는 경험이 녹아든 통찰력이 있다. 깨달음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를 가르는 경계는 멀리 보느냐, 가까이 보느냐의 차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금년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올해에도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화 자체가 잘못이라는 근본적 진단까지 나오는 등 유럽연합(EU) 경제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3.7%로 예상되는데 세계경제가 악화된다면 이 수치 달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을 주도해온 수출의 증가율은 7%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증가의 대폭 둔화는 선진권의 위기가 계속되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이라는 점에도 기인된다. 신흥시장이 우리 수출의 버팀목이었다는 점에서 염려스럽다.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타격은 산업별로 다소 차이가 날 것이다. 기계산업군ㆍ소재산업군은 선진국 수출의존도가 높지 않은 산업 중심으로 상대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형 산업의 기상도는 부분적으로 매우 흐리다. 특히 조선산업의 수출은 선주들의 자금조달난이 심화되면서 인도 지연, 수주 감소 등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산업의 자존심이었던 반도체도 지난해에 이어 수출이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소기업 경영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기업은 일정 수준 경쟁력과 자금력ㆍ인력을 갖춘 상태지만 중소기업은 당장 자금경색에 노출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영난 가중은 고용불안,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며 실물경제 전반의 위축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두 번의 위기 경험이 주는 학습 효과는 무엇일까. 상시 구조조정, 재무개선, 신성장동력 확보, 그리고 자신감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산업은 위기 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교훈을 이번 위기에도 슬기롭게 살린다면 경기 회복 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제조업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신성장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도 여기에서 분출될 것이다. 경쟁력 중심이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로 이동하고 기술보다 고객가치가 중시되는 세상이 열렸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은 향후 10년 한국 산업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둘째, 대기업만으로는 위기를 넘어 수출 1조달러 길목에 들어설 수 없다. 산업의 허리인 중소기업을 더 튼튼하게 보강하는 것이 새삼 중요한 과제이다.

셋째, 자발적ㆍ선제적 구조개혁을 잘 해야 한다. 상시 구조조정은 체질 개선을 통해 기회포착 능력을 크게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흥시장 개척을 더욱 강화하고 양질의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개방적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 이후 '문화 다원성'을 통해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의 개방성이 다시 주목 받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 탄생과 고속성장의 기반은 위기 때 만들어진다. 망해가던 IBM의 부활, 모두 실패를 예상했지만 신화를 일군 아마존닷컴, 창업 초심으로 위기를 넘긴 스타벅스, 애플의 극적인 반전 등 전환기에 발상 전환과 창의경영으로 우뚝 선 기업들을 관통하는 것은 리더십이다. 이런 리더십을 우리 산업에서도 춤추게 할 수는 없을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위기의 시대에는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만이 미래 경쟁력 확보, 차별화 역량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10년, 새로운 산업 도약을 기대하면서 임진년 새해에는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