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물류 확대 필요성

착공이후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어온 고속철도가 드디어 개통을 향한 마지막 공사가 한창이고 분단된 한반도를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완료시기도 눈 앞에 다가왔다. 물론 남북간 철도 연결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개통 시기가 지연될 수 있겠으나 한반도를 관통하여 끝없이 달리고 싶은 철마의 꿈은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21세기 국정 10대 과제를 선포하면서 특히 한반도의 동북아 물류중심 기지화에 대한 강한 의욕을 거듭 천명하였다. 사실 새 정권 초 기의 의례적인 발표라고 폄하하는 이도 있겠으나, 최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변화는 동북아물류 중심 기지화 실현의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는 위험도 따르는 법이므로 급변하는 추세에 맞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욕과 추진력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거래주체와 시공을 초월한 국가간의 상업무역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나 아이러니 하게도 오프라인에서의 물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특히 지구환경문제가 세계적 관심사가 된 최근에는 철도를 국가기간 물류 및 교통망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속철 개통으로 철도수송 분담율 제고 가능=지난 물류대란에서 경험하였듯이 국내 도로물류 환경은 근본적으로 태생적인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2001년 건설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전체 물량중 도로수송은 약 74%, 연안해송은 19% 인데 비해 철도수송은 6%에 불과하다. 이미 일본이 70년대 부터 철도와 해운으로의 전환수송을 추진하고 80년대 이후 에너지 절약형,환경중심적 물류정책을 구현하고자 국철화물운송을 재편성하여 간선물류망을 구축한 것 처럼, 한국에서도 수십년간 지속되었던 도로수송에 의한 분담율을 줄이고 대신 철도수송 분담률을 늘려야 하며, 이러한 물류분담율 재편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가시화 되고 있다 내년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철도 Diagram(운행표)에 여력이 생겨 기존 여객중심의 철도 구노선을 물류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며 이는 특히, 수출입물동량이 집중된 경부축의 극심한 철도 물류난이 해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철도가 여객 위주로 운영되어 주로 야간에 이뤄졌던 물류수송이 주간에도 가능케 됨에 따라 보다 원할한 물류수송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형 화물트럭에 의한 고속도로 파손,대기오염,소음공해,교통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줄어든다. 궁극적으로 철도수송 분담률을 높이게 되면 도로수송에 비해 대량수송이 가능하여 기업물류비를 낮추게 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경의선.동해선 개통은 국제철도로의 발전을 의미=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새롭게 떠오르는 이슈가 바로 경의선.동해선 개통이다. 분단 이후 민족의 오랜 숙원사업이 실현되는 장면을 목도하니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필자로선 참으로 가슴벅찬 일이기도 하다. 경의선.동해선 개통으로 단절된 남북간 철도가 이어지면 남과북의 교통망은 원래 의도하였던 교통체계에 맞게 하나의 흐름을 가지게 된다. 한반도 종단철도(Trans Korea Railway)가 탄생하는 것이다. 대내적으로 대북한 물류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며 대외적으로 남한철도가 북한,북중국,몽고,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도 연결되는 국제철도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상기 지역으로 향하는 수출입화물에 대하여 부산항 또는 광양항이 허브포트가 되는 물류의 틀이 짜여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아시아의 자본과 자원을 유럽시장과 연결해 주는 매개지역으로서 교역물자에 대한 통과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철도 르네상스를 대비해야=고속철도, 경의선.동해선 개통은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딤돌인 철도망계획의 단초가 될 것이며, 중동지역 진출로 급속한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듯이 국제정세가 지역간 경제블럭개념의 실리적 협력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남북한 공생의 길을 제시해 주고 동북아물류중심국가로의 꿈을 실현해 줄 것이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물류중심기지화를 향해 야심찬 시동을 걸었다. 철도물류는 이런 국가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다. 단, 열쇠를 손에 쥐고 거기에 맞는 자물쇠를 만들어야 하는 것 또한 정부의 몫이다. 다가온 신철도 르네상스를 대비하여 철도물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철도물류 개선을 위한 범정부 차원에서의 산학연 등의 기구 출범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가물류체계 혁신을 위한 강력한 정책의지와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사회간접투자 재원의 합리적 배분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인진(한국철도물류협회 회장ㆍ한진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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