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 전권회의 ICT 지도 바꾼다] 세펄베다 미국 대표단 수장 "사무총장도 ITU 멤버 중 하나일 뿐"

<6> 中 ITU 사무총장 당선… 막오른 I2 시대
사무총장 역할제한 요구는 이번 선거와 관계없는 일


중국에서 드디어 첫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기존 정보통신기술(ICT) 패권국인 미국과 신흥국인 중국이 글로벌 ICT 정책을 주도하는 이른바 'I2(Internet of 2)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셈이다. 양국은 애써 표정을 관리 했지만 관련 업계는 이번 당선을 계기로 두 나라 간 ICT 주도권 싸움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측 대표인 대니얼 세펄베다 대사와 자오허우린 신임 중국 ITU 사무총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양측의 힘 겨루기를 암시했다.

"자오허우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차장에게 사무총장 당선을 축하한다는 말을 이미 건넸습니다.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은 서로 다르지만 사무총장도 ITU 멤버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23일 ITU 전권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난 대니얼 세펄베다 미국 국무부 ICT 대사는 중국의 사무총장 배출을 예상했다는 듯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해 ITU에 큰 권한을 휘두르는 사람이기보다는 멤버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당선에 대한 의미부여를 애써 피했다. 세펄베다 대사는 이번 ITU 전권회의 미국 대표단의 수장 자격으로 참가한 인물이다.

미주 대륙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을 견제하는 의제를 낸 것이 자오의 사무총장 당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냐는 물음에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미국은 지난 전권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사무총장이 '이사회를 통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또 아르헨티나·브라질·캐나다·우루과이 등에서는 그동안 별다른 결의가 없었던 사무차장의 역할을 명시한 신규 조항을 의제로 제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이 중국 출신 사무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세펄베다 대사는 "그 의제들은 미국이 중국을 경제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사무차장의 경우 브라질에서 먼저 제의한 지역 의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오 사무차장은 예전부터 ITU를 통해 자주 얼굴을 봤던 사이"라며 "그는 사무총장이 될 자격이 충분하며 개인적으로도 존경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무총장도 멤버의 한 명'일 뿐이라는 발언은 미국의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24일 실시되는 정보통신표준화(ITU-T) 총국장 선거에서 이재섭 KAIST 융합연구소 박사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되도록 말을 아꼈다. 세펄베다 대사는 "현재 상황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 박사를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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