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경제운용 자신감 표명 예상보다 실행시기 앞당겨

■ 중 위안화 환율변동폭 확대
거시경제 방향이 환율 결정… 위안화 당분간 약세 이어질듯
中기업 환손실 리스크 커져 중국판 키코사태 부를수도


일러야 다음달 중순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 실행시기가 앞당겨졌다. 경제개혁과 거시경제 운용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조치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개혁시간표의 첫 번째 과제인 환율 변동폭 확대를 시행하고 위안화 자유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시경제다. 수출에 이어 산업지표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환율 변동폭 확대가 기업들의 환리스크를 커지게 할 경우 중국도 한국의 키코 사태와 유사한 기업발 환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의 자신감=인민은행의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는 개혁의지와 거시경제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와 13일 기자회견에서 7.5% 성장에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하며 오히려 외부의 왜곡된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감을 거꾸로 보면 중국 정부 스스로 올해 경제의 불투명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환율 변동폭 확대를 서둘러 시행한 것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중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위해 빠른 처방을 내놓았다고 해석한다.

인민은행은 환율 변동폭 확대를 위해 사전 준비작업을 해왔다. 최근 시장에 잇따라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며 일방적인 절상에 제동을 걸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루팅 선임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에 대한 일방적 베팅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면서 "위안·달러 환율의 동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방향 경제에 달렸다=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 이후 당분간은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2012년 4월의 경우에도 환율 변동폭 확대 이후 위안화는 10월까지 약세를 보였다가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물론 위안화 투자 하루 마진폭이 최대 4%로 늘어나며 투자매력이 커지기는 했지만 이러한 투자가 어느 쪽 방향에 더 매력을 느낄지는 중국 거시경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위안화 무역결제의 80% 이상이 이뤄지는 홍콩의 자금을 중국 본토로 끌고 오려 하지만 이것도 거시경제가 둔화된다면 쉽지 않다.

경기둔화가 계속될 경우 중국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단기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고 재정부양보다 효과적인 통화정책에 손을 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긴다. 실제 최근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위안화를 팔아 시중에 위안화 유동성을 늘린 것이나 은행 간 단기금리를 끌어내린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씨티그룹은 이와 관련해 "중국의 성장과 개혁이 시험대에 오르면 결국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을 완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기적으로는 위안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3~6개월을 보면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잦아들고 외환보유액이 계속 쌓이면 위안화는 다시 강세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환율 리스크 부각=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로 중국 기업들의 환손실 위험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안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1,500억달러에 달하는 파생상품(TRF·Target Redemption Forwards)의 손실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TRF 구조상 달러·위안 환율 수준이6.15~6.35위안을 벗어날 경우 매달 4억달러 이상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환율 헤지 상품은 홍콩 등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강세에 기댄 위안화 예금 등이 급증하면서 커졌다. 1월 말 현재 홍콩 내 위안화 예금규모는 8,934억위안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 급증했다. 모건스탠리는 "기업들의 환 헤지 상품이 손실을 입게 되면 신용위험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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