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변수 대비 '히든카드' 남겨둬

■ 한은 콜금리 동결美경제 불안등 국내외 경제상황 불투명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무엇보다도 선택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카드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어렵지 않게 콜금리 동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리조정에 대해 다소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금통위원들이 쉽게 합의점을 찾은 것은 이날 새벽 미국이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연방기준금리를 내린 데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통위와 한국은행이 이날 확인한 중립적 통화정책이 오래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내외 경기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연쇄적인 금리인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국내요인만 보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할 요인도 적지않은 상황이다. 금리정책을 펼치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 금통위의 고민, 인상이냐 인하냐 금통위와 한은은 콜금리를 놓고 오랫동안 '인하냐 인상이냐'를 놓고 고민해왔다.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권의 부실우려나 부동산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미국경제 불안 탓으로 실행시기를 저울질해온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이후 금리를 오히려 내려야 한다는 하향조정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국내경기 성장세가 둔화하고 일부 지표는 급격한 경기후퇴를 경고하는 마당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전세계적인 경기후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 한 금통위원은 "(콜금리) 인상과 인하요인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금리의 방향을 정하기도 쉽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 콜금리 동결, 언제까지 갈까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당분간 상향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경기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던 최근의 상황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요인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굳건하게 버텨온 우리 경제도 산업생산 증가율이 뚝 떨어지고 있어 금리 상향조정론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 연말연초 금리인하 가능성 미국에 이어 아시아와 유럽이 금리인하를 추진함에 따라 우리 경제도 금리인하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큰 유럽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내린다면 우리도 오는 12월쯤이면 더욱 거센 금리인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 자칫 금리는 오를 만큼 오르고 가계대출 부실 등은 줄어들지 않아 결국 물가불안과 생산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한은은 이를 감안하고 국내경기의 탄력성을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금리를 조기 인하하는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해외변수 중요도 더욱 커져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은이 금리조정을 '미래의 대응카드'로 아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미국의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반증"이라며 "금리인하가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소비위축, 이라크 공격 등으로 미국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 증가도 여전히 중요한 요인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며 "통화정책의 최대변수는 대외환경의 변화와 수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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