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박병엽 부회장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이라 떠들썩하게 20주년 행사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박 부회장은 물론 임직원 모두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뜻 깊은 자리였다. 팬택은 지난 1991년 3월 직원 6명으로 무선 호출기(삐삐) 제조사업을 시작했다. 1년 뒤 올린 매출은 28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휴대폰 사업으로 전환해 20년이 지난 현재 임직원 3,500여명에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워크아웃 기업 팬택이 잘나가고 있다. 지난 3ㆍ4분기 매출액 8,275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0.58%, 영업이익은 무려 146.57% 급증했다.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17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행진이다. 이런 상태라면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올 연말 이후 워크아웃 졸업이 확실시 된다. ◇잘나가는 팬택, 비결은= 팬택은 일반 휴대폰을 만들지 않는다. 지난해 말 스마트폰'올인'전략을 선언한 이후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만 생산하고 있다. 팬택은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전자, LG전자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지난해 98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국내시장 2위에 오른 이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팬택이 만드는 스마트폰은 경쟁사 제품과 다른 면이 많다. 자금력 및 브랜드 파워의 열세를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팬택이 올해 들어 국내시장에서 내놓은 스마트폰은 베가S, 미라크A, 베가 레이서, 베가 LTE 등 4종이다. 이 중 베가 레이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5GHz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달 내놓은 베가 LTE는 세계 최초 동작인식 기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같은 기능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R&D)에 약 2조원을 투자해 국내외 특허 3,300여건, 출원중인 지적재산권 1만 3,700여건이 배경이 됐다. 팬택의 한 관계자는 "전체 임직원의 63%인 1,900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라며 "규모 면에서는 경쟁사에 못 미치지만 효율적인 운영으로 한발 빠르게 트렌드에 맞는 단말기를 출시하는 순발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졸업 눈 앞으로= 현재 팬택 임직원에게 가장 큰 화두는 워크아웃 졸업이다. 채권단과 약정한 시기는 다음달 말로 이후 채권단 협의를 통해 졸업이 가능하다. 워크아웃 이후 17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 면에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남은 변수는 연말로 만기가 다가온 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여부다.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려면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협약 채권자(일반 채권자)로부터 받은 대출 2,3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나머지 2,700억원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워크아웃을 주도했던 채권은행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만기 연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당장 갚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현재 팬택이 2,300억원을 갚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만 제대로 해결된다면 17분기 연속 흑자행진의 호실적과 맞물려 연말 워크아웃 졸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