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월계꽃' 에서 배우는 교훈

최근 은행경영을 둘러싼 각종 보도는 ‘청신호’ 일색이다. 사상 최대순이익을 올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외환위기 전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사상 최고수준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외형상 ‘태평성대(太平聖代)’인 셈이다. ‘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도 있고 보니 이제 은행이 몇 십억원을 후원금으로 내놓아도 기사거리가 되기 어려울 정도다. 대형 인수합병(M&A) 매물을 놓고 벌이는 가격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다 이 같은 경영호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그리 장밋빛 일색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은행들은 IMF 이후 경쟁다운 경쟁을 처음 시작해 이제는 제법 ‘싸움닭’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대출전쟁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예금 확보를 위한 특판전쟁도 도를 넘어섰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은행수익의 근간인 ‘예대마진’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영업전쟁’의 후유증이 하나둘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빨간불이 들어온 곳은 점포다. 일선 영업점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적립식펀드 열풍에 이어 올해는 ‘해외펀드’ 가입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기류를 만나면서 각종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올 들어 가입한 해외펀드는 이미 상당수 손실로 돌아섰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일부 점포 객장에서는 벌써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모양이다. 은행권의 ‘간접상품 판매’는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 이에 걸맞게 준비하고 대응했는지는 자성해야 한다.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해 손해를 본 고객이야 자기 책임이니 거래를 끊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평생 동안 갖고 있던 은행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다면 이는 은행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독약이 될 게 분명하다.. 주가가 조정을 볼 때 더 가입이 늘어나는 적립식펀드도 증시 조정국면이 길어지면 은행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도 주택가격 하락 사이클과 맞물리면 은행의 경영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송나라 시인 양만리의 시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은 다른 꽃은 열흘 만에 지지만 야생장미인 월계꽃은 사시사철 피어난다는 점을 칭송하고 있다. 열흘 만에 지는 꽃이 되고 말지, 월계꽃이 될지는 지금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뱅커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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