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이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 이상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각종 경비를 20% 이상 절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망퇴직까지 나서고 있는 판국에 '고액 연봉'의 상징으로 통하는 금융사 노조는 도리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고수하는 상황이 올해에도 되풀이되는 셈이다.
금융노조는 특히 최근 공기업 선진화 방안(개혁)에 따라 정부가 기업·산업은행 등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할 경우 다른 민간 은행의 임금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이들 국책은행의 자율 협상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오는 10일부터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한다.
금융노조는 주요 협상 안건으로 △임금 6~7% 인상 △국책금융기관 임단협 자율 협약 보장 △임금피크제 연장 등을 내세웠다.
이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임금 인상률이다. 금융노조는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 등에 근거해 임금 인상 희망치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임단협에 올리는 임금 인상 안건은 금융권 실적 흐름과는 별개로 물가 상승률, 경제 성장률에 기초해 목표치를 만든다"며 "지금까지 늘 그렇게 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이 같은 요구안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금융권 순이익이 크게 줄어 임금 인상 여력이 크지 않을뿐더러 금융노조의 요구대로 임금 인상이 확정될 경우 뒤따를 여론의 후폭풍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집계를 보면 국내 은행지주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2,217억원으로 2012년 8조3,751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은행의 수익 구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금융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며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타협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가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안을 들고 나왔지만 실제 협상에서 큰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금융노조는 지난해에도 6~7%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는데 실제로는 2.8%의 임금 인상안이 확정됐다.
우리·스탠다드차타드(SC)·씨티은행 등은 금융노조 차원에서 확정된 임금 인상안조차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양해각서(MOU) 기준이 변수가 되면서 양측 의견이 엇갈렸고 SC·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와 별개로 국책금융기관 임단협 자율 협약 보장을 최대 쟁점 사안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최근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공기업에 적용했는데 이 같은 흐름이 국책은행에도 전이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작업이 진행되면 임금 축소가 불가피한데 국책은행에 이것이 적용되면 민간 금융사의 임금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