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된 박근혜 용인술… "믿는 사람 또 쓴다"

■ 새 정부 1차 인선 총리 후보 정홍원
정책선거 도입 높이 평가… 안정·법치 중시 재확인
법조인 경험밖에 없어… 책임총리 역할엔 물음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떠나기에 앞서 손을 흔들며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보고를 위해 온 임종룡 총리실장을 태우고 자신이 직접 운전해 떠났다.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두번째 선택 역시 안정적인 법치였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지휘하며 공천을 맡겼고 전형적인 법조인인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차기 정부의 첫 내각 수장을 맡긴 것이다. 파격보다는 믿을 수 있는 원칙주의 인사와 새 정부의 첫걸음을 정상적으로 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용준 전 후보자 때와 인선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법치가 새 정부 주요 화두될 듯=정 후보자를 상징하는 단어는 법치다. 그는 30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늘 공과 사의 구분, 법에 의한 집행을 강조했다. 내부 구성원의 반발이나 관행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절차에 따라 예측 가능한 국정을 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기조와 일치한다. 박 당선인을 대신해 8일 정 후보자를 발표한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확고한 국가관과 엄격한 공사 구분, 그리고 원만한 인품'을 발탁이유로 설명했다. 차기 정부의 인선은 물론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발언이다.

진 부위원장은 정 후보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책선거(매니페스토), 공명선거를 도입하기 위해 일한 점도 등용의 이유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역시 이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두 사람의 첫 작품은 정치쇄신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 당선인의 정 후보자 인선이유에는 김용준 낙마 사태로 인한 검증 우려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마저 도덕적인 이유로 검증 과정에서 낙마할 경우 박근혜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 역시 이날 인선 발표 직후 인수위 출입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검증에 대해 "제가 한 것이 아니라서 말하는 게 소관을 넘는 것"이라면서도 "온갖 것을 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다만 정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 제안은 며칠 전에 받았다"고 언급한 데서 볼 수 있듯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완전한 검증이 이뤄졌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의 재산은 20억원으로 김 후보자보다 적고 내역도 단출하다. 다만 검사인 아들이 군에 다녀오지 않았고 정 후보자는 재산내역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지난 2009년도에는 부인 명의의 경남 진영읍 임야, 대지 3건 650㎡와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립주택 지분 일부를 증여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부동산을 보유하게 된 경위와 증여에 따른 세금납부 여부가 검증의 대상이다.

또 인수위 주변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해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와 앞으로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대통령과 동등한 총리 가능한가=정 후보자는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에 대해 "차가운 이미지가 아직도 있다. 외부에서도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노력을 좀 더 하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이 같은 쓴소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많이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회의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되고 있는데다 박 당선인 역시 2인자를 허락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 또한 후보자로 지명된 후 첫 일성으로 "책임총리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것"이라며 김 전 후보자와 같이 보좌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밖에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수장과 관료집단, 각종 이해관계집단을 통솔하는 일도 정 후보자의 과제다. 특히 복지 공약과 재원 논란은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첫번째 숙제다. 정치권에서는 법조인 출신인 정 후보자가 복지 논란을 다룰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게 사실이다. 법조인 출신으로 그와 함께 공천위에 있던 여권 인사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은 분"이라면서도 "다만 원칙을 강조하다 현실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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