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간담회] 재계 입장

기류변화 감지 "규제 더풀어야"재계는 정부와 민주당이 15일 재벌규제 정책의 틀은 유지하되 운용을 탄력적으로 하기로 한 것은 경제회생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막기 위한 5+3원칙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경기침체를 탈피하기 위해 기업활동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단체 중에서도 기협중앙회측은 "재벌 오너와 관련된 대기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규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혀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재계 당정 기류변화 조짐 기대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완강한 태도가 당정회의를 거치며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적용과 부채비율 200%를 탄력 적용하기로 한 데 주목하고 있다. 전경련의 건의에 따라 예외확대 검토 등으로 미묘한 입장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16일 정ㆍ재계 간담회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야간에 정치쟁점으로 떠오른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벌 오너관련 부분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기를 북돋아야 한다는 데 정재계가 공감하고 있는데다 내년 말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여당에서 '해결사' 역할에 나서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16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및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30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회의에서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출자총액 규제 및 획일적인 부채비율 규제 등의 문제점을 중점 거론하기로 했다. 특히 잘못된 정책과 규제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위축 심각성 및 애로사항과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함으로써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도록 할 방침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투자와 수출활성화와 관련된 정책개선 방안을 중점 요구할 계획"이라며 "기업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전달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 더 풀어야 재계는 정부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지만 내년 3월까지 초과분 해소가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해소기간 3년 연장과 한도폭 확대를 주장하며 자사주에 대한 순자산 인정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투자위축 등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이다. 올해 자산총액 기준 7대 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된 포철은 15개 계열사에 대한 출자총액이 제한액(순자산의 25%)을 약 8,000억원 정도 초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세워놓은 약 2조원 규모의 에너지ㆍ환경ㆍ정보통신 등 신규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포철의 한 관계자는 "출자총액한도가 중장기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규투자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출자총액 초과분을 해소하기 전에는 새로운 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투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말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순자산 중 18개 계열사에 대한 출자총액이 약 1,000억원 정도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옛 한중) 인수대금 3,057억원의 80%인 2,446억원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두산건설을 참여시켜 해결했으나 더 이상은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두산은 최근 한전기공, 한전기술 입찰에 두중 명의로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두중은 지난해 총자산 3조5,595억원, 순자산 1조6,672억원을 기록, 두산보다 자산규모가 커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로 인해 두중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망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어느 때보다 정부여당이 재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필요한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야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정부여당에 대한 협력과 함께 압박전술을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부가 재벌의 경제력집중 억제와 투명경영 확대, 순환출자 제한 등 5+3 대기업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재벌규제정책의 근본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확대를 북돋우기 위한 각종 당근책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출자총액제한의 예외폭을 확대하거나 200% 부채비율의 탄력적용, 해외현지법인별 지급보증한도를 본사의 지급보증 총액한도방식으로 전환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여당이 내년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재벌 오너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의 규제는 이달 안에 큰 폭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강동호기자 고광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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