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20세기에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나라. 어디일까. 대한민국이 아니라 소련이다. 1920년대 말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소련경제는 연간 20~30%대의 고성장가도를 달렸다. 세계대공황도 비껴갔다. 대공황에서 가장 빨리 벗어났다는 일본이 1928년부터 10년간 84% 성장한 반면 소련은 479%라는 성장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소련식 계획경제의 도약은 지구촌 곳곳에 경제개발계획을 퍼뜨렸다.
△소련경제가 대공황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과장한 선전이었을 뿐 아니라 비교 가능한 통계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별국가의 경제력을 비교할 수 있는 국민총생산(GNP) 개념이 선보인 시기는 1937년.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경제학자로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에 의해서다. 미국이 전쟁비용을 추산하는 데 활용한 GNP는 1953년 유엔의 권고 이후부터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개발연대를 경험한 세대는 국민소득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다. 국가가 주도한 홍보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1980년대를 목표로 잡았던 국민소득 1,000달러와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1977년에는 온 나라가 기쁨에 들떴다. 오늘날의 한국경제는 숫자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상태다. 하긴 일본이 14년 만에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4만달러에 도달한 반면 한국은 1만달러를 넘은 지 18년이 넘도록 2만달러대 중반에 머무는 판이니 떠올리기도 싫은 진실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를 언급했다. 가능할까. 4%대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3만달러 진입도 불가능하다. 다만 변수는 있다. 원화가 절상되면 국민소득이 뛸 수 있다. 일본이 짧은 기간 안에 4만달러에 진입한 이유도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1년 만에 반토막 난 엔화환율 때문이다. 우리도 원고를 배겨낼 만한 품질경쟁력이 있다면 국민소득이 급등할 수 있다. 경쟁력 제고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