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메이커] 취임 20년… '속도 경영' 나선 이웅열 회장

타이머 들고 '기술의 코오롱'으로 변신 박차
아라미드·탄소섬유 신소재서 '금맥' 찾는다
석유 플랜트 수처리 시장도 노려
현장경영 나서며 임직원 권한 강조


2013년 배지

2014년 배지

2015년 배지

'타이머(2015년)' '□+○×△÷=∞(2014년)' '12438-1=0(2013년)'.

최근 3년간 이웅열(59·사진) 코오롱그룹 회장이 임직원 전원에게 전달한 배지의 문양이다. 올해 배지에 새겨진 타이머는 1분 1초도 아껴 사업 과제를 달성하자는 의미를, '□+○×△÷=∞'가 그려진 지난해의 '더하기 곱하기 나누기' 배지는 네모·동그라미·세모처럼 다양한 성향을 가진 전 세계 코오롱 임직원이 마음을 더하고 열정을 곱해 무한대의 성공 에너지를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2013년 배포된 '12438-1=0' 배지는 퍼즐이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완성할 수 없듯 1만2,438명의 코오롱 직원 중 한 명이라도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성공퍼즐 배지'라고 불렸다.

1996년 회장직에 오른 지 올해로 벌써 20년째. 이 회장은 배지에 담긴 각오 그대로 1분 1초를 아껴가며 성공퍼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코오롱 성공퍼즐의 가장 큰 조각은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다. 두 조각을 씨줄과 날줄로 교직해야 도약이 가능하다.

화학업종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지만 중국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지난해 매출 5조3,376억원(전년 대비 1.45% 증가), 영업이익 1,688억원(27.1% 감소)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신소재인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사업 육성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플라스틱이 개발한 탄소섬유 복합소재 '컴포지트'는 가공성과 강도가 높으면서도 기존 탄소섬유에 비해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코오롱플라스틱의 신소재 사업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아라미드는 철보다 인장강도가 5배나 강해 방탄복, 우주항공 소재 등으로 쓰이는 '파라 아라미드'로 현재 생산 규모는 연 5,000톤 정도로 많지 않다. 이는 코오롱인더스트리보다 앞서 아라미드를 개발한 미국 듀폰과의 소송전에 발목을 잡힌 탓이지만 1심에서 패소한 코오롱은 다행히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사실상 승기를 잡은 상태다.

이 회장은 여기에 수처리 계열사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노르웨이의 아커솔루션과 합작사 '코오롱피오르드프로세싱'을 설립하고 석유·가스플랜트 수처리 시장 공략을 개시했다. 이전까지의 하수처리 설비 중심이 아닌 갓 시추한 석유·가스에서 물과 불순물을 걸러내는 고도정제 기술을 활용한 수처리 사업이다.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 "지금 시장 환경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끊임없이 강조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다지고 있다.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의류 기업이 아닌 '기술의 코오롱'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지난달에는 1박 2일간 지방의 사업장 7곳을 방문해 현장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경영 현안을 일일이 다 챙기기보다 임직원들의 권한을 더 중시하는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신기술 확보, 신시장 공략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 과정을 마친 후 1977년 코오롱에 입사, 1980년대에 ㈜코오롱 뉴욕지사와 도쿄지사 등에서 근무하며 20, 30대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그는 일찌감치 글로벌 경영 감각을 갖췄다. 지난달 현장 방문에서도 "최고경영자(CEO)가 보고를 받으러 현장에 가면 안 된다. 그들이 더 좋은 결정을 내리려면 뭘 도와줘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장경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의 2013년 자산 총액은 9조4,010억원, 매출액은 9조9,186억원이다.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 시절 한때 15위까지 올라갔던 재계 순위는 31위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이 회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타이머 배지에 대해 설명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이머의 초침은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긴박감'을 주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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