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카드산업을 두고 '오합지졸'이라고 평했다. 내수 시장이란 한정된 파이를 놓고 싸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인 습성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전투구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얘기다.
또다시 벌어진 표절 시비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 철폐를 외치는 상황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카드산업"이라며 "단합해도 외풍(금융당국 규제)을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표절 시비는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내분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산업은 인위적 시장의 속성이 강하다. 카드산업은 경기 부양 및 세원 투명화 같은 분명하고 단기적인 의도를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압축 성장은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는데 그중 하나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문화(?)다.
최근 들어 카드업계의 커다란 부담으로 떠오른 결제문자 무료 전환 이슈나 IC단말기 설치 비용 논란에서도 카드업계는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잉 규제를 들고 나오면 금융사들끼리 한편이 돼 자기 논리에 힘을 실어야 하는데 중지조차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주먹구구식 수수료 체계부터 고금리 대출 장사, 개인정보 유출까지 카드업계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데 업계가 자중지란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