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결제시스템 ‘구멍’

가짜 결제프로그램 이용 4억대 챙긴 4명 기소


이용하지 않은 휴대폰 부가서비스에 요금을 청구하는 허위결제 프로그램을 만들어 휴대전화 결제대행사로부터 수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통신요금 외에 휴대폰 부가요금이 소액이라는 점 등을 악용해 불특정 다수의 가입자 정보를 결제 프로그램에 입력, 쓰지도 않은 서비스 요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범죄는 휴대폰 결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한 결제대행사의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2일 휴대폰 허위결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휴대폰 결제대행사로부터 4억7,000만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폰팅업체 사장 김모(45)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허위 프로그램 제작자 한모(34)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폰팅업체를 운영하던 김씨는 지난해 2월 또 다른 폰팅업체 사장 조모(40)씨 등 2명과 함께 한씨에게 2,000만원을 주고 허위결제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을 결제대행사인 M사 시스템에 접속시킨 다음 임의의 휴대폰 개인정보를 입력해 실제 요금 이용자인 것처럼 속여 결제대행사로부터 요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를 맡았던 서영민 검사는 “그동안 휴대폰 가입자들이 영문도 모르는 부가서비스 요금을 이통통신회사로부터 청구받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휴대폰 결제시스템의 허점이 이 같은 요금 청구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휴대폰 가입자 수십만명의 정보가 불법적으로 인터넷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김씨 등은 인터넷에서 가입자 개인정보 10만건을 1,000만원에 구입한 뒤 결제 프로그램에 임의로 입력시켜 결제대행사로부터 결제대금을 받아 챙겼다. 허위로 입력된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의 실제 소유자들에게 이용하지도 않은 사용료가 청구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휴대폰 가입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이동통신회사에 부가요금을 냈다가 뒤늦게 요금을 환불받았다. 검찰은 폰팅서비스는 물론 각종 인터넷 서비스 요금의 휴대폰 결제가 일반화하고 있다며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한 보안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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