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힘입어 산유국들의 올해 석유판매 수입이 지난해보다 3,000억달러나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중질유(WTI)기준으로 지난해 배럴당 30달러대에서 이달 25일 현재까지 55달러로 뛰어올랐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석유구입을 위해 지출된 자금이 지난해보다 2,950억달러(27%)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올해 석유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9% 증가한 2,86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OPEC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와 노르웨이도 각각 750억달러와 370억달러의 석유판매수입을 올렸다.
엑손모빌, 로열더치쉘 등 석유회사들도 고유가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같은 수익증대는 주가에도 반영돼 엑슨모빌의 주가는 1년전에 비해 30%나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지수의 상승률 2%와 비교할 때 무려 15배에 달하는 것이다.
산유국과 석유회사들은 ‘오일 달러’를 주로 사회보장확충, 국가채무상환 등에 사용하고 있다.
베네주엘라는 빈민들을 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채무상환에 주력하고 있다. 석유회사들도 이익을 부채상환, 자사주 매입, 주주배당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산유국들과는 달리 석유수입국들은 고유가로 신음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오일 달러’를 끌어들일 만한 수단이 없는 개도국들은 70년대 ‘오일 쇼크’ 때와 버금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
세계은행 국제금융연구소의 제프리 레비스는 “세계은행의 빈곤국 원조금 가운데 석유구입에 쓰여지는 돈이 늘어나면서 각국 극빈층은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최대피해자는 주요 석유소비국이 아닌 빈곤국”이라고 지적했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해도 모든 수입국들이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석유 수입에 쓰는 돈 가운데 상당액은 산유국들이 미국 국채와 주식시장 등에 투자하면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