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터넷도박 금지 '후폭풍'

의회 법안 통과로 관련업계 주가 곤두박질


미국의 인터넷 도박 전면 금지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미 의회의 인터넷 도박 금지법 처리 소식으로 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온라인 도박업체인 영국의 파티게이밍의 주가가 하루 만에 58%나 떨어졌다. 또 스포팅베트와 888홀딩스가 각각 64%, 26% 급락하는 등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지난달 30일 집권 공화당의 주도로 금융기관과 신용카드 업체들이 신용카드나 수표ㆍ전자펀드 이전 등을 이용해 온라인 도박 결재를 허용하는 것을 불법화하고, 온라인 도박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 도박 금지법(UIGEA)’을 통과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미국 내에서 불법화돼 있는 인터넷 도박 규제를 한층 강화, 사실상 인터넷도박을 전면 봉쇄하는 이 법안에 이번주중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새 법률의 시행 세칙안 마련에 나섰으며, 관련 금융기관들도 향후 9개월 내에 거래관행을 수정해야 한다. 이 법안의 발의자인 짐 리치 하원의원(공화)은 법안 통과 후 “얼마나 많은 미국 가정이 인터넷 도박에 따른 가산 탕진으로 슬픔에 잠겼는지 알 수가 없다”고 법안 처리를 환영했다. 존 카일 상원의원(공화)도 인터넷도박을 끊을 수 없는 ‘마약’에 비유하면서 “인터넷 도박은 도덕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접촉빈도가 높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이성적 판단력이 약한 청소년들이 인터넷 도박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 펜실베이니아주의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학생의 약 10%가 온라인 게임기를 통해 도박을 하며 특히 남자대학생의 26%는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이상 온라인 도박을 한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인터넷 도박금지법이 실행되면 세계 최대 규모인 전세계 인터넷 도박 산업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의 도박 사이트는 2,300여 개로 매년 수십억달러의 판돈이 오가고 있다. 파티게이밍사의 미치 가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법안은 우리 회사와 주주 뿐만 아니라 이용자, 사업자체에 대한 치명적 타격”이라며 미국사업의 철수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파티게이밍은 지난해 매출 5억3,800만파운드(약 9,500억원)의 62%를 미국 시장에서 올렸다. 한편 이번에 의회에서 통과된 인터넷도박 금지법은 그러나 각 주가 운영하는 복권 판매 사업과 경마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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