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경기 22승… 뮌헨 효율축구 시대 열다

바르샤에 점유율 밀렸지만 슈팅 8개만으로 3:0 완승
챔스 8·4강서 11득점 무실점
도르트문트와 결승 앞두고 5일 분데스리가서 맞대결


'FCB.' 대다수 축구팬들이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약자로 알고 있겠지만 FC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약자이기도 하다.

바이에른이 FCB의 진정한 주인임을 선언했다. 바이에른은 2일(이하 한국시간)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캄프누에서 끝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3대0으로 크게 이겼다. 1차전 4대0을 더해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를 7대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독일)의 결승전 단판 승부는 25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다.

한편 리오넬 메시가 다리 부상 후유증으로 결장한 가운데 9만여명의 바르셀로나 홈 팬들은 기적 대신 기록적인 대패의 수모를 떠안았다. 합계 7골 차는 바르셀로나의 유럽 대항전 사상 최다 골차 패배다. 종전 기록은 4골 차였다.

◇이탈리아ㆍ스페인의 자존심을 짓밟다=스페인 대표팀을 일컫는 '무적함대'는 바이에른에 더 어울려 보인다. '무적함대 FCB'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챔스리그 등 최근 23경기 중 22경기를 이겼다. 아스널(잉글랜드)과의 챔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0대2로 졌던 게 유일한 패배다. 챔스리그 8강ㆍ4강 총 4경기에서 11골을 퍼붓는 동안 실점이 아예 없었다. 8강에서 이탈리아 리그 우승이 확정적인 유벤투스를 합계 4대0으로 대파한 뒤 스페인 리그 우승을 예약한 바르셀로나의 손목마저 비틀어버린 것이다. 챔스리그 토너먼트(16강 이상)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은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5경기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다니엘 반바이텐과 제롬 보아텡이 지키는 중앙 수비와 다비드 알라바(왼쪽)와 필립 람(오른쪽)이 맡는 측면 수비는 바이에른 시대 개막의 숨은 공신이다.

◇점유율보다 효율 추구=바이에른은 2차전에서도 볼 점유율에선 47대53으로 뒤졌다. 슈팅도 바르셀로나가 많았다. 15개를 시도한 반면 바이에른은 8개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헛물을 켜는 사이 바이에른은 여덟 차례 슈팅만으로 세 골을 성공시켰다.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축구'가 바이에른의 '효율 축구'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한 셈이다.

바이에른은 바르셀로나가 전문인 좁은 공간에서의 짧은 패스에다 한 번에 경기 흐름을 바꾸는 긴 패스를 더해 공격 전술을 다양화했다. 후반 3분 첫 골은 왼쪽 수비수 알라바의 넓은 시야와 아르연 로번의 스피드ㆍ골 결정력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알라바는 경기장의 반을 대각선으로 가르는 롱 패스를 로번에게 배달했고 오른쪽 윙어 로번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장기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이 골로 바르셀로나는 6골을 넣어야만 이기는 절망적 상황에 몰렸다. 득점원이 다양한 것도 바이에른의 강점이다. 올 시즌 챔스리그에서 두 골 이상을 넣은 자원이 5명이나 된다. 메시가 8골, 호르디 알바가 두 골을 책임진 바르셀로나와 대조적이다.

◇엘 클라시코 대신 데어 클라시커=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가 아닌 '데어 클라시커(Der Klassiker)'가 성사됐다.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 간 라이벌전의 다른 이름이다. 유럽 챔스리그 결승 사상 첫 데어 클라시커다.

이미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한 바이에른은 2001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다섯 번째 챔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감독은 "지난해 결승에서 첼시에 승부차기로 진 뒤 바로 다음날부터 올 시즌을 준비했다. 마침내 우승할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분데스리가 2위 도르트문트는 1997년이 처음이자 마지막 챔스리그 우승이었다. 하지만 2011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바이에른을 누르고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한 저력이 있다.

두 팀은 결승을 앞두고 5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먼저 붙는다. 장소는 도르트문트의 홈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 유럽 챔피언을 놓고 벌일 가장 치열한 탐색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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