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닮은꼴이지만… 단일화 기싸움 치열

■ '정치 쇄신안' 살펴보니
● 문재인, 의원수 감축 비현실적… 국민·정치권 동의 의문
● 안철수, 국민들과 엄청난 괴리… 이러니까 정치에 실망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닮은 듯 다른 정치쇄신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은 후 격돌하고 있다.

문 후보는 24일 안 후보의 의원 수 최대 100명 감축 등을 필두로 한 정치혁신안에 대해 "국민과 정치권이 동의할지 의문"이라면서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며 일침을 가했다. 안 후보는 즉각 "정치권이 국민 생각과 엄청난 괴리가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기득권 포기나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등 양측 쇄신안에 적잖은 공통점이 있지만 단일화의 전초전 격인 정치쇄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며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도 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 정치권의 동의를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고 안 후보에게 점잖지만 뼈 있는 주문을 했다. 안 후보가 전날 인하대 강연에서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최대 100명 감축 등 의원 수 줄이기를 비롯해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등을 요구한 데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문 후보 측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은 "안 후보가 국민 일반의 감성에 많이 근접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면서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국회나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면 권력의 공백을 정부나 재벌이 차지할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뿐 아니라 문 후보와 민주당까지 나서 자신의 정치쇄신안을 평가절하하자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권 전체에 맹공을 가했다. 그는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현장의 문제를 풀지 못하는 정치권이 바뀌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정치권은 지금 왜 국민이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는지를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국민과 기성정치의 괴리를 다시 느꼈다"고 날을 세웠다.

양측은 그러나 정치쇄신을 둘러싼 기싸움 속에도 후보 단일화를 향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의 출발점이 기득권 포기라는 점에 공감하는데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기 등은 이미 교집합을 만들었고 국회의원 특권 축소 등 추가로 공통점을 찾을 여지도 많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및 종교계 인사들에 이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재야 원로들이 주축인 원탁회의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를 요구할 예정이어서 압박 강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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