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힘겨루기가 잇따르고 있다.25일 제조·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전·생활용품·신사복 등 제조업체들이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업체들과 잇따라 마찰음을 내면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5개월째 LG와 대우전자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해말 LG전자와 대우전자에 거래방식을 직매입에서 특정 매입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 이후 두 가전업체가 연간 150억원씩 팔리던 매장을 치워버렸기 때문이다.
직매입은 백화점이 거래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입한 뒤 재고부담과 배달까지 책임지는 거래방식이며 특정매입은 품목에 따라 최고 10%의 수수료에 재고부담과 배달·수리까지 제조업체가 전담하는 방식.
신세계는 배달전담부서를 자연스레 정리할 수 있는데다 배달·수리 등 그동안 「골칫거리」를 제조업체에 떠넘길 수 있어 특정매입방식을 요구했다.
그러나 LG·대우전자는 기존 직매입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수시로 실시되는 바겐세일 등에 따라 채산성이 없는 상황에서 배달·수리업무 등 추가부담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할인점 E마트와 다국적 생활용품회사인 P&G도 지난해 10월 제품납품과 관련된 이견으로 P&G의 인기품목인 생리대 「위스퍼」와 샴푸 「비달사순」이 E마트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E마트는 할인점간의 치열한 가격경쟁에서도 원가 이하의 판매는 곤란하다며 구매물량에 따라 납품가격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주도록 P&G측에 요청했다. E마트는 국내에 15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할인점 업체로서 자사의 구매력을 인정받아 납품가격을 낮춤으로써 경쟁 할인점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서고 수익위주로 경영을 하겠다는데 목적이 있다.
반면 P&G는 전세계적으로 납품가격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원칙 때문에 E마트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버텨 결국 E마트로부터 납품중지 통보를 받았다.
롯데백화점과 신사복 업체들과의 갈등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롯데측이 분당점을 개점하면서 로가디스·갤럭시·맨스타·마에스트로·캠브리지 등 5대 신사복 브랜드에 기존 분당상권내 삼성플라자보다 1~3%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 이들 브랜드가 한 때 입점을 거부하는 등 분쟁을 벌였다.
또 스웨덴의 세탁기 브랜드인 「말버」가 삼성플라자 분당점에서 최근 철수한 것도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힘겨루기의 전형적인 예다. 말버는 삼성플라자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12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거부, 퇴점했다.
제조·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제조업체 우위시장(SELLERS MARKET)이 앞으로 급속히 소비자 우위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뀌어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힘겨루기는 앞으로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동본 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