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의 진화] <2> 신뢰부터 회복해야

"팔고나면 나몰라라"… 수수료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하라
매년 2~3%씩 떼어가면서 운용보고서는 분기에 한번뿐
판매채널 늘려 경쟁도입하고 운용사들도 장기 운용해야



SetSectionName(); [펀드의 진화] 신뢰부터 회복해야 "팔고나면 나몰라라"… 수수료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하라매년 2~3%씩 떼어가면서 사후관리는 부실판매채널 늘려 경쟁도입하고 운용사들도 장기 운용해야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펀드 판매회사와 자산운용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과 가격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요약하면 품질에 비해 펀드의 판매·운용보수가 비싸다는 주장이다. 연간 펀드 수익률이 두자릿수를 유지할 때는 펀드 보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지난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원금까지 까먹게 되자 매년 2~3%씩 떼어가는 펀드 보수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수수료와 보수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간접투자가 뿌리를 내리려면 펀드 판매회사와 자산운용사의 질 높은 서비스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 판매회사, 보수에 합당한 서비스 제공해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운용보수는 0.751%, 판매보수는 1.238%다. 판매 보수가 1.65배나 많은 셈이다. 매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펀드 매니저에게 돌아가는 보수보다 펀드에 가입한 후 일년에 한 두 번 연락할까 말까 하는 판매회사에게 주는 돈이 훨씬 많다. 미국과 비교해서도 펀드 보수는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의 평균 보수와 비용이 총자산의 0.99%로 한국(2.07%)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펀드 판매 구조가 다른 만큼 보수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을 통한 뮤추얼펀드 가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판매수수료가 싸다. 또 수수료가 아주 낮은 인덱스펀드의 비중이 높고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문제는 국내 펀드판매사들이 판매 수수료ㆍ보수에 걸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여부다. 펀드 가입 후 분기별로 보내주는 운용보고서가 유일한 서비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투자자 보호에 대한 판매회사들의 인식이 높아졌지만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펀드 보수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펀드 판매 채널 다변화 필요 펀드 판매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판매 채널이 다변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 판매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판매회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펀드에 가입했다면 그만큼 싼 판매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펀드의 경우에도 일부 펀드를 제외하고는 수수료가 결코 싸지 않다. 장기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선취형 A클래스의 경우 온라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수수료를 나중에 떼는 후취형인 C형의 경우 온ㆍ오프라인의 수수료 차이가 0.2~0.3%포인트에 불과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펀드 판매회사가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펀드를 팔고 싶어도 자산운용사들이 이런 펀드를 내놓지 않는다”며 “이는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이 대형 판매채널인 은행과 증권사의 계열사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판매 수수료ㆍ보수를 펀드 약관으로 못박는 점도 문제다. 상담 서비스 품질에 관계없이 똑 같은 보수를 받기 때문에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또 한 번 펀드에 가입하면 판매사를 옮기지 못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가 부실해도 펀드를 해지하지 않는 한 기존 판매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펀드 판매 경로를 다양화하는 것은 필수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독립 판매인이나 펀드슈퍼마켓을 국내에서도 활성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김영민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시장팀장은 “선진국에서는 판매수수료가 낮은 대신 자산관리 컨설팅에 대한 연간 수수료를 지급하는 투자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운용사, 신뢰도 높은 장기펀드 만들어야=운용사들도 그저 수탁고를 늘리는데 치중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철학과 비전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국내 펀드는 5월 18일 현재 9,374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자산 100억 미만의 펀드가 6,149개다. 미국의 경우에도 전체 펀드 수가 약 7,000개 수준이다. 이렇게 소규모 펀드가 난립하게 된 것은 유행 따라 펀드를 내놓으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색다른 펀드를 요구하고,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펀드를 약간 변형해 새로운 펀드를 내놓는다. 물론 장기투자가 필수적인 펀드에 투자하면서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풍토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행 따라 펀드를 내놓다 보니 펀드가 만들어진 지 1년 미만의 기간동안 수익률이 가장 높은 현상이 나타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1년 미만의 단기펀드와 1~3년 중기펀드는 6개월, 3~5년 중기펀드는 9개월 정도의 시점에서 상대적인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연구원의 이윤석 연구위원은 “자산운용사들이 단기적인 수익에 급급해 테마 펀드를 남발하기 보다는 장기투자를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행에 따라 만들어진 펀드가 높은 단기 수익률을 올리다 보니 단기 펀드 투자가 성행하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복제 펀드, 자투리 펀드가 남발되고 있다”면서 “장기투자, 간접투자 문화가 자리잡으면 자기만의 색깔과 철학을 갖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너무 불친절한' 운용보고서성인 투자자 절반 이상 "읽어도 이해 못하겠다"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내용… 쉽게 풀어쓰는 노력 필요 중국펀드에 가입한 이성호(38)씨는 펀드 운용 보고서가 집으로 날아올 때 마다 부아가 치민다. 중국 증시 최고점을 찍었을 때 펀드에 가입한 터라 원금을 회복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데다 보고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엇이 문제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보고서 후반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펀드 편입 종목 리스트를 보면 짜증이 절로 난다. 'CNOOC LTD' 'TENCENT' 'NEO-CHNIA GROUP' 등 영문으로 나열된 보유 종목 이름만으로는 앞으로의 실적 전망은 둘째 치고,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고서의 절반은 어려운 전문 용어, 절반은 영어로 된 종목 리스트"라며 "그나마 가장 친절한 설명은 '투자목적이 반드시 달성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냉정한 문구 한 줄"이라고 비꼬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운용보고서 발송에 쓰인 돈은 대략 350억~4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처럼 국내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펀드 보고서는 그럴싸해보이긴 하나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불친절하고 불필요한 내용만 담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 해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이 서울대와 함께 수도권 및 6대 광역시 성인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1%가 운용 보고서에 대해 "읽어봤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어려울 것 같아 아예 읽기를 포기했다"는 응답자도 10.3%에 달했다. "내용을 잘 이해했다"는 응답자는 17.3%에 불과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에서도 개인 응답자 503명중 61%가 "운용보고서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들의 운용 보고서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대부분은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럽이나 미국처럼 해당 펀드에 대한 평가 리포트나 구체적인 운용 성과, 향후 운용 계획 등 투자 판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아메리칸센츄리 인베스트먼트'의 경우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펀드 운용보고서 첫 페이지에 개인별 맞춤 성과를 담고 있다. 펀드 전체의 평균적인 투자 현황만 보여주는 국내 운용보고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펀드 운용 책임자의 사진과 이름, 운용 계획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아울러 투자리서치 전문기관인 '모닝스타' 등으로부터 받은 펀드 평가 내용도 고스란히 공개한다. 평점은 물론 카테고리 내 순위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1년 수익률이 업계 동종 펀드 333개 중 23위를 하고 있는 '중소형 가치펀드'나 313개 중 266위를 기록한 '이머징마켓펀드'나 공개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다. 국내 펀드들이 비교의 척도가 되는 순위 공개를 꺼림으로써 투자자들이 직접 펀드 평가사 홈페이지를 검색하도록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투자자 입장에서 운용 보고서를 내고 추가적인 서비스까지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책 한권 분량의 운용 보고서를 내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올해는 더 쉬운 동영상 보고서를 CD로 제작,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 수익률 하락에 따른 투자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서를 통해 사과를 하고 향후 운용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곳도 늘고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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