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의 디테일

"행사 오는 학생들 보험가입 확인을"
"홈쇼핑 보험광고 공포 조장 아니냐"
"꼼꼼하다""숨 쉴 틈이 없다" 금감원 직원들 평가 엇갈려


지난 18일 신한은행 기흥연수원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주최하는 '금융캠프'가 열렸다. 최수현 금감원장을 비롯해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기범 대우증권 사장 등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멘토가 돼주는 행사였다.

헌데 이날 오전5시10분께 이 행사를 담당하는 금감원 임원에게 최수현 금감원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꼭두새벽부터 최 원장이 임원을 찾은 이유는 당일 전날부터 전국에 걸쳐 큰 비가 왔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지방에서도 학생들이 버스를 대절해 참석했다. 최 원장은 혹시라도 있을 사고를 대비해 학생들이 보험이 가입돼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버스 기사에게 되도록 천천히 운전할 것을 당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홀릭으로 알려진 최 원장의 '디테일'이 금감원 간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지 오래다.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런 부분까지 원장이 생각할 줄은 몰랐다"는 긍정적 반응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학생들 안전 문제를 새벽부터 원장이 살피고 있는 것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최 원장의 꼼꼼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뿐 아니다.

평소 집에서 홈쇼핑을 즐겨보는 최 원장은 TV 시청 중에도 보험 쪽을 담당하는 금감원 간부 등에게 수시로 전화를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보험감독국 등은 늘 긴장하고 있다.

최 원장이 지적하는 것은 홈쇼핑에서 파는 보험상품. 금감원 관계자는 "홈쇼핑 보험 상품에 대해 불완전 판매가 아닌지, 공포 광고가 너무 조장돼 있는 것은 아닌지 지적한다"며 "올해 금감원이 과도한 보험 마케팅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원장의 이 같은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최 원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숨 쉴 틈이 없다는 불만이다. 반면 최 원장이 아니었다면 지난해부터 업무가 폭증한 금감원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 원장은 8월 첫 주에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원장 취임 이후 사실상 첫 휴가나 마찬가지다. 금감원 내부는 워커홀릭 최 원장이 정말 휴가를 가는 것인지, 휴가를 간다고만 해놓고 혹 사무실에 나오는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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