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취득세 혼란

"도대체 언제 내리고, 소급적용은 되나"
새누리 인하추진 발표 이후 입주 미루고 잔금납입 늦춰

서울 마포에 사는 김동환(가명ㆍ43)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전세로 살던 아파트 값이 워낙 떨어져 고민 끝에 집을 사기로 결심하고 매매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후 취득세 감면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김씨의 잔금일자는 오는 30일. 하지만 집을 판 사람은 당장 나가야 한다며 더 빨리 잔금을 치르라고 재촉하고 있다. 김씨는 "도대체 언제부터 취득세를 깎아주는 건가. 소급적용은 받을 수 있나"라며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24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정부와 취득세 인하를 포함한 부동산종합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한 후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취득세 감면 여부에 따라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의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주택에 대한 취득세 법정세율은 4%. 주택시장의 사정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9억원 이하 1주택자에게 50%를 감면한 2%를 부과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보다 세금을 더 낮춰야 침체된 거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방안은 취득세를 지난해 수준까지 낮추는 것. 지난해에는 9억원 이하 1주택자에게 75%를 감면한 1%, 9억원 초과 혹은 다주택자에게 50%를 감면한 2%를 물렸다. 지금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당정이 합의하기도 전에 시장에 알려지면서 기존 매입자는 물론 신규 아파트 입주자들까지 취득세 인하폭과 소급적용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미 입주를 시작한 일부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취득세 인하혜택을 받기 위해 입주를 미루거나 잔금납입을 최대한 늦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꽁꽁 얼어붙은 매매시장에서 취득세는 촉매제라 불릴 만큼 망설이는 매매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며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는 실수요는 주택매입을 취득세 인하 발표시점 이후로 미루겠다며 자취를 감췄고 일부 입주단지의 경우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내년 1~2월로 입주일자를 조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오는 28일께 당정협의를 열어 취득세를 포함한 14개 항목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금인하는 세수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발표시기도 다음달 중순 이후로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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