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급증따라 소수업체 산업전체지배 시장 왜곡 우려거대 기업들간의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지면서 미국 경제 곳곳에 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들어서면서 독과점 규제 완화로 인해 소수 기업이 관련 산업 전체를 지배하는 과점 현상이 미국 산업 각 부문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들어가는 군수 산업이나 반도체, 그리고 텔레콤 등의 IT(정보 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과점에 대한 순기능을 옹호하는 쪽과 역기능을 우려하는 쪽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늘고 있는 M&A
WSJ는 과점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로 막대한 초기 투자비에 따른 생산량 증대의 필요성으로 거대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 활발히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5년전 10억달러에 불과했던 초기 설비 투자비가 수년사이 2~3배 늘면서 업체간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마이크론-하이닉스간의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상위 4개 반도체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6%에서 83%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통신 산업에서의 과점 현상도 급격히 심화될 조짐이다.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자인 컴캐스트와 AT&T 케이블 자회사의 합병,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벨과 월드콤의 합병이 허가될 경우 각 부문의 65% 이상이 상위 3개 기업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 불공정 가격과 경쟁 사업자 퇴출 우려
과점을 반대하는 쪽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과점은 소수 업체의 가격 담합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원론적 문제 때문이다.
WSJ는 이에 대한 예로 지난 96년부터 미국 케이블TV 산업에서 과점현상이 심화되면서 케이블TV 수신료는 인플레이션 인상률보다 3배 높은 36%나 오른 점을 지적했다.
또 이 같은 과점은 소규모 경쟁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완전히 내몰아 결국 과점이 한단계 더 진행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반대론자들은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벤처기업이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를 통해 끌어들인 자금은 총 730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과거 평균에 비해 높은 수치지만 2000년도 1,640억달러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 기업들은 거대 기업의 가격 횡포에 시달려야 하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예컨데 2000년말까지만 해도 330여개에 달하던 소규모 교환기 사업자들은 강력한 경쟁상대인 벨의 높은 접속료와 자금난으로 현재 150여개만이 살아 남은 상태다.
김창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