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중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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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험산업, 활로를 찾자] 전문가 좌담
"종합금융서비스 경쟁 여건, 정부가 조성해야"
정리=조영훈 mailto:dubbcho@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김치중 전무
박창종 전무
김성재 교수
“보험업계도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종합금융서비스 경쟁에 나설 여건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자동차보험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미한 사고에도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모럴해저드를 극복해야 합니다.”
성숙단계에 진입한 보험산업이 타 금융권과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보험산업도 대형화와 전문화의 길로 가도록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험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경제는 ‘위기의 보험산업, 활로를 찾자’ 기획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박창종 생명보험협회 전무, 김치중 손해보험협회 전무, 김성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상경대학장(경영학과 교수)과 함께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는 김인영 본지 금융부장이 맡았다.
▦사회=다른 금융권이 몇 년째 호황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보험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보험산업의 비중이 높아질 것입니다. 보험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김성재 교수=보험산업이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성장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장기 자산종합관리와 리스크관리 서비스로 전문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화와 전문화, 종합금융서비스 지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적자에 시달리고 생명보험은 상장이 안돼 자본확충을 통한 대형화의 길이 막혀 있습니다. 보험업계가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신탁과 외환ㆍ파생상품 등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되면 보험회사만 지급결제 기능을 갖지 못해 타격이 예상됩니다. 또 보험사들이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의 문제로 은행업 진출이 불가능한데 금융산업 균형발전 차원에서 완전 개방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기간을 가지면서 순차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치중 전무=토종은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계가 역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문제점은 금융감독을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문제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은행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보험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지만 보험은 은행산업 진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습니다.
▦박창종 전무=보험사들이 무척 어렵습니다. 생보는 위험률차 이익이 대폭 축소되면서 상품판매 면에서 이익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손보는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공익적인 특성 때문에 수익성에 입각한 가격산정에 어려움을 겪어 영업손실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보험경영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성을 갖춰야 하는데 대형화와 자본 충실도의 확충을 통해 금융환경에서 벌어지는 각종 리스크를 감내할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생보사는 그런 면에서 상장기업으로 거듭나 자본확충과 경영투명성을 높여 체질을 강화해야 합니다.
예금보험 문제도 합리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합니다. 목표기금제가 빨리 도입돼 리스크에 근거한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보험업계는 위험에 비해 더 많은 예보료를 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보험산업 특성상 소액결제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지급결제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또 보험사에도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종합금융서비스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올해도 자동차보험료가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자보 누적적자가 6조원에 달하고 있다는데 협회 차원의 해결책이 있나요.
▦김 전무=지난해 기준으로 자보 영업적자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통사고 증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들의 모럴해저드, 즉 교통사고 처리와 관련된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경미한 사고가 발생해도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받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는 인식전환이 시급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을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손보협회는 여러 가지 제도개선을 하겠지만 이에 앞서 중점적으로 대국민 인식전환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간단한 사고로 몇 백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사람이 자랑하지 못하고 지탄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김 교수=적자가 많다는 얘기는 보험금 지급이 수입 보험료보다 많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비와 수리비 상승률이 보험료 인상분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차 사고를 줄여야 하는데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보험사기를 줄여야 합니다. 관계당국과 협조해 보험사기를 수사하도록 건강보험ㆍ심사평가원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과잉치료와 수리 문제도 심각합니다. 보험으로 처리할 때와 일반 수리에서 보험수리비가 더 비쌀 정도로 과잉정비가 만연해 있습니다. 업계도 불공정한 모집과 과다한 리베이트 등 잘못을 하다 보니 국민들이 보험사가 여유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합니다.
감독당국도 자보를 사회보험이 아닌 사보험으로 인정해 보험료 현실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험사들도 한꺼번에 자보료를 올려서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게 아니라 각 회사 현실에 맞춰 조용히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김 전무=자보료는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더 낮아졌습니다. 인터넷 등이 보급되면서 가격민감도가 커지다 보니 감독당국의 가격통제가 완화됐지만 업계에서 보험료를 예전처럼 올리는 것이 어려워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최근 인상폭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이었습니다. 협회는 이달 중으로 구상금 분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회원사간 불필요한 경비를 절감하도록 지원할 예정이고 신용카드 수수료 절감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회=최근 증권선물거래소는 보험회사가 증시에 상장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습니다. 18년 동안 생보사 상장이 미뤄져왔는데 이번에는 상장에 성공할 수 있는지요.
▦박 전무=상장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의결과 승인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금감위가 최종 의결을 하면 일반 기업처럼 상장요건을 충족한 생보사는 상장할 여건이 마련됩니다. 지난 89년과 90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상장 신청을 준비했지만 증권시장이 물량공급 과다로 침체국면에 들어가면서 정책적으로 상장을 연기한 지 벌써 18년이 흘렀습니다.
시민단체와 일부 계약자 단체에서 상장차익 배분을 요구하지만 올 초 거래소가 의뢰한 상장자문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 법적ㆍ보험학적ㆍ회계학적 판단을 통해 그동안 보험사들이 유배당 상품 계약자에게 충분한 배당을 해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보험회사가 상호회사 성격이 있으므로 상장차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자문위는 보험회사가 법적으로나 운영 측면에서 주식회사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김 교수=생보사 상장에 따른 효과를 보면 신규자본 조달을 통한 자본건전성 확보, 대형화에 따른 업무영역 확대, 주식분산에 따른 경영성과의 전국민 확대 분배, 경영투명성 제고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정부가 생보사 상장을 막았던 것은 정부의 실책입니다. 시민단체가 상장차익의 배분을 요구하는 것도 모순입니다. 상장은 절차인데 이견이 있다고 해도 상장 전후에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상장차익은 장부가치와 발행가치의 차이를 말하는데 발행가치는 미래의 수익성, 보험사의 재무구조, 경영성과 등에 따라 좌우됩니다. 과거의 문제로 상장차익을 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봅니다.
유배당보험 때문에 이런 논란이 생겼는데 주주는 경영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잔여청구권을 갖습니다. 계약자는 우선청구권을 갖기 때문에 채권자입니다. 채권자도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더라도 위험을 부담합니다. 주주 대우를 해달라는 것은 모순된 주장입니다.
▦사회=복지부가 민영건강보험에서 국민건강보험의 법정 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민영건강보험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나요.
▦김 전무=정부의 민영건강보험 개편안은 정책 결정에 필요한 실증적 분석이나 근거를 뒷받침할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민영보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복지부가 정액형 보험의 문제점을 이유로 실손형 보험의 법정 본인부담금 금지 처방을 내린 것은 ‘맹장 환자에게 암 처방을 내린 것’ 이상의 문제입니다.
논의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에 실증적인 분석을 엄정하게 실시해 다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영건강보험은 1,500만명 이상의 국민이 2,000만건 이상이나 가입해 국민의료비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KDI의 연구용역을 통해 실증분석이 추진되고 있는데 용역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 정책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합니다.
▦박 전무=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비급여 부분만 민간의료보험이 보장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민영보험의 원리대로 국민들이 보험료를 내고 아플 때 보장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국민건강복지라는 대명제에서 후퇴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본인부담금을 금지하면 당초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의료기술을 보장하는 비급여형 의료보험은 고소득층이 가입할 수 있는 고가상품을 중심으로 판매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의 의료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법정 본인부담금도 민영보험에서 보장할 수 있도록 재검토해야 합니다.
▦김 전무=업계는 법정 본인부담금의 일정 부분만을 보장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본인부담금을 100% 민영보험이 보장하다 보니 모럴해저드가 나온다면 이 같은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민영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의 80~90%만 보장하고 본인이 10~20%를 부담하게 하는 코페이먼트(co-payment) 등을 도입할 용의가 있습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자기 돈을 들여서 병원에 갈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손쉬운 해결책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민영보험 본인부담금 보장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김 교수=민영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국민들이 민영보험을 의료 리스크 관리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보장범위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민영보험은 다양한 실손형 보험상품을 제공할 능력이 있으며 의료서비스 과잉수요는 민영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이나 민영보험의 이해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민영보험 억제보다는 활성화가 시급합니다.
입력시간 : 2007/04/13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