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BP·엑손모빌·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에 대한 조사 준비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들 대형 석유업체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벤치마크 가격을 조작해 국내 정유업체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BP는 7일 발표한 2013년도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BP에 유가조작 관련 정보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각국 경쟁당국이 오일 메이저 업체를 조사하고 있어 공정위 역시 모니터링 차원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라며 "자료수집 대상은 BP뿐만 아니라 주요 석유업체들이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오일 메이저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5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BP와 로열더치셸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BP 등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들 오일 메이저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도 유가를 조작해왔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원유를 비롯해 각종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이 거래되는 곳으로 사실상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싱가포르의 벤치마크 가격이 뛰면 이튿날 우리나라 주유소의 휘발유 값이 오르는 식이다. 국내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담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오일 메이저의 담합이 싱가포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또 우리 시장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