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퇴직연금 펀드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으나 이들 펀드의 수탁고 규모가 너무 작아 기형적인 펀드운용이 우려된다.
◇ 퇴직연금 펀드 연일 쏟아져 = 1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9일 현재 설정돼있는 퇴직연금 관련 전체 펀드 수는 153개, 설정액은 92억6천9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주식형은 설정액 기준으로 전체의 17%인데 비해 채권형과 채권혼합형은 각각 37%와 45%로 집계돼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펀드가 전체의 82%나 됐다.
한국펀드평가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에 약관 승인을 받은 펀드 수가 426개나 되는 만큼 앞으로 현재 설정된 것보다 훨씬 많은 펀드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운용효율화 위해 모자펀드로 운용"= 자산운용업계는 퇴직연금 초기에는 펀드규모가 소규모로 운용될 수 밖에 없으로 것으로 판단,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퇴직연금 펀드를 모자(母子)펀드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여 여러 형태의 자펀드를 만들어 놓은 뒤 실제 운영될 모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형 등으로 다소 단순하게 만들어 자펀드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형 자펀드는 주식에 50%, 채권에 30%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면 모펀드인 주식형과 채권형에 각각 50%와 30%씩을 투자하고 B형 자펀드는 주식에 60%,채권에 20%를 투자하기로 했다면 모펀드 주식형과 채권형에 그정도씩만 투자한다는식이다.
이렇게 하면 펀드가입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한편 자펀드의 규모는 작더라도 모펀드는 일정규모를 유지, 펀드운용의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펀드 운용 기형 불가피"= 그러나 이처럼 업계가 펀드운용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모자펀드 형태로 운용해도 여전히 기형운용의 우려는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설명이다.
현재까지 설정된 펀드현황을 고려할 때 모자펀드를 모두 합쳐도 1개 펀드당 평균 설정규모가 6천만원에 불과하다. 모 펀드만 보더라도 펀드 1개당 평균 수탁고는7천400만원 수준에 머물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주식은 1억원 미만인 경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가 어렵고, 채권형의 경우는 채권 거래 단위가 100억원대여서 더 어렵다면서 기형적인 운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펀드를 담당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에 별다른 혜택이 없어기존 퇴직금제도가 유지되면서 퇴직연금 펀드의 설정규모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활성화될려면 최소한 5년은 돼야 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2-3년 동안은 운용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