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분쟁 첫 승소 의미

미국이 미래의 덤핑가능성까지 문제 삼는 것은 국제기준으로 볼때 강대국의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따라서 WTO패널의 이번 판정은 사필귀정인 셈이다. 지난 95년에 창설된 WTO 반덤핑협정은 덤핑행위가 없으면 바로 반덤핑관세부과를 종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식 자의적 인 기준을 용납치않은 것이다. WTO가 미국의 영향력을 의식치않고 법과 상식에 맞게 엄정한 판정을 내린 것은 보호무역확산에 대한 일대 경종이라고도 볼 수 있다.우리로서는 무엇보다 외국을 상대로 제소한 무역분쟁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의의가 매우 크다. 특히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분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려왔으나 이번의 승소는 우리 통상외교에 새로운 장을 여는 쾌거다. 지난해 7월 컬러TV와 관련, 처음으로 WTO에 제소한 끝에 미국이 반덤핑조치를 철회한 것보다 훨씬 값진 것으로 공격적 능동적인 통상외교의 승리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승소는 반도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철강 전자 자동차 등 수출업계의 대미 수출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무역분쟁에서도 이번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견지해야할 것이다. 수입규제가 점증하고 있는 최근의 세계무역환경을 보면 더욱 그렇다. 선진국들이 남발하던 반덤핑규제를 최근에는 개도국들로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에는 무역위기의 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반덤핑규제와 수입물량규제 등 각종 보호무역장벽이 높아질것이라는 예고나 다름없다.따라서 우리의 수출환경도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업계가 이런 수입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수출 전선은 먹구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반덤핑규제가 겁나는 것은 일단 조사대상만 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전에 이를 막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이번에 승소한 반도체만 하더라도 미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끈질기게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가 외국 경쟁업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사전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 능동적인 민관 합동의 통상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통상전문가를 양성하고 전문조직을 가동해 부당한 덤핑규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최근에는 대기업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들까지 불리한 덤핑판정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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