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후 다가올 사회 모습은?

뉴캐피털리즘, 리처드 세넷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뒤 다가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리처드 세넷 런던 정경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들의 삶은 더 이상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통제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개인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가 등장해‘서사적 삶’을 파괴한다”고 말한다.‘서사적 삶’이란 스스로가 주체적인 인생을 사는 것을 일컫는 개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난 뒤 새롭게 대두될 자본주의 체제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빠른 속도로 이합집산을 되풀이하고, 필요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 선택적으로 고용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서사의 고리가 단절된 사회의 특성으로 월마트식 정치, 컨설턴트식 경제, MP3형 사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월마트식 정치는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예고한다. 정치조직의 중앙집중화는 지방조직과 다양한 이해집단의 중재에 기초해 온 기존 정당정치를 해체해 유권자들이 월마트 매장에서 상표만 보고 물건을 고르듯 정치를 소비하게 만든다. 컨설턴트식 경제도 개인에게서 삶의 서사를 앗아가는 경제의 덫으로 작용한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를 재촉할 뿐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도 설명하지 않고, 기업의 구조조정에 끼어 들어 조직을 뒤죽박죽 만들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컨설턴트와 닮은 꼴인 탓이다. 노동계의 비정규직화 등의 현상에 대해서는‘MP3형 사회’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듣고 싶은 노래들을 마음대로 바꿔 들을 수 있는 MP3처럼 신자유주의 경제는 조직 구성원들의 역할을 뒤바꾸고, 조직 피라미드의 중간층을 없애 간소화하며, 조직의 일부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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