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 결산] 출구조사 왜 빗나갔나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제16대 총선 투표자의 출구조사결과를 13일 오후 6시 개표에 앞서 일제히 발표했으나 1위 예상후보 수와 실제 당선자 수가 큰 차이를 보였다. KBS와 SBS의 지역구 예상의석은 민주당 112석 한나라당 95석 자민련 12석 한국신당 1석 민주노동당이 2석 무소속 4석이었고, MBC는 민주당 107석 한나라당 100석 자민련 12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무소속 5석이었지만 실제 당선자는 민주당 96석 한나라당 112석 자민련 12석 민국당 1석 무소속 5석으로 크게 달랐다.이날 출구조사는 KBS와 SBS가 미디어 리서치·코리아 리서치·TN소프레스·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에, MBC는 한국갤럽에 각각 의뢰한 것. 빗나간 예측에 대해 이들 여론조사기관은 크게 당혹하면서 실패요인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조사기관들이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꼽는 것은 「유권자들의 응답거부 현상」이다. 여론조사 요원을 경찰이나 안기부 요원쯤으로 간주하고 경계하던 현상은 15대때에 비해 많이 완화됐지만 「여론조사 홍수」라고 표현할 만큼 각종 여론조사가 범람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염증 현상이 더욱 커졌다는 해석이다. 다음으로 유권자들이 사실대로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코리아리서치 관계자는 『부산 북구·강서을이 대표적인 예로 선거일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줄곧 10%차로 앞서가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막상 선거당일 출구조사 결과는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 후보가 20%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며 『결국 유권자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투표소 300M 이내에서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 선거법상의 규정도 부정확한 조사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도시지역의 경우 투표소와 투표소의 거리나 투표소에서 유권자의 집까지의 거리가 300M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도 300M 이내에서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비현실적인 규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회사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오차범위 내의 출구조사 결과에서 1,2위간 순위가 뒤바뀌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 데도 우리 정서상 용납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정확한 조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성진기자HNSJ@SED.CO.KR 입력시간 2000/04/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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