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 위기, '브랜드 마케팅' 실패가 주원인

대표적인 PC업체인 삼보컴퓨터[014900]가 경영난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국내 PC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내 중견 PC 업체들은 2000년 이후 '브랜드 제고를 통한 고급ㆍ고가화 전략'보다는 물량 위주의 무리한 사업확대에 나섰으나 최근 들어 중국 업체 등의 저가전략 등 외부환경이 불리해지면서 급격히 수익성이 악화돼 차례로 퇴출 위기를 맞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18일 "이번 사태는 삼보컴퓨터가 수년전 안산과 멕시코 등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고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등 물량위주의 전략을 펼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최근 들어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트북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했으나 브랜드 마케팅이 아닌 가격 마케팅에 주력함으로써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까지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5위권이었던 삼보컴퓨터는 올들어 99만원대 '에버라텍' 노트북을 내세워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에 이어 3위까지 올라섰으나 수익성에서는 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낮은 데스크톱의 경우 잘해야 본전일 정도로 수익을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트북 시장에 대한 적극적 공략은 올바른 방향 선택이었지만노트북에서 브랜드가 아닌 가격 전략을 펼친 것은 잘못된 것이었으며 어쩌면 자금난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PC 시장에서는 노트북마저 가격파괴가 진행되고 있어 PC 산업 전반의경영환경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브랜드 노트북 PC의 가격은 지난해말 100만원대가 무너진 데 이어 올들어서는 70만원대 브랜드 노트북이 출시됐고 용산 전자상가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60만원대 노트북이 나올 정도로 급격한 가격인하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IBM마저 개인 PC 부문을 중국의 레노버사에 매각했을 정도로 PC산업은 '사양산업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인건비 등 국내의 제조원가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이 단순하게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상황에 도달했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세계적인 PC 양극화 추세에 맞춰 프리미엄 브랜드로 과감하게 전환해야만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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