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월드컵에서 참여하는 월드컵으로'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과는 달리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된 이번 2002년 월드컵에서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양방향 정보교류의 `핏줄' 역할을 톡톡히 해내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게 일반적인 평가다.▲`너도나도 전문가' =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축구규칙 가운데 하나는 바로 오프사이드.
오프사이드 때문에 간신히 만들어낸 좋은 골 기회도 격렬한 몸싸움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심의 휘슬에 경기의 맥이 탁 끊기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마추어 축구 전문가들이 인터넷에 이러한 축구의규칙을 동영상, 정지화면 등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올려 놓아 누구나 이를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경기와 선수의 플레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가 경기 종료 직후 각 인터넷게시판에 수백건씩 등록돼 참가팀과 선수를 자신이 직접 꼼꼼히 평가하며 적극적으로 관전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탈리아가 한국과의 16강전 후 제기한 편파판정 시비도 기존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자세한 상황과 전문가 수준의 설명이 인터넷에 빠르게 확산돼 한국 축구팬들이 오심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벤처업체 직원 이현정(28.여)씨는 30일 "오프사이드가 어느 상황에서 일어나는지 답답했었다"며 "하지만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니 선심보다 먼저 오프사이드를 알아차릴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수비수도 스타로 = 이번 월드컵에서 인터넷으로 가장 혜택을 봤던 선수를 꼽는다면 한국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월드컵 등 축구경기에서 `리베로' 홍명보를 제외하고 수비수가 스타로떠오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의 경우 화려한 기술을 펼치며 골을 넣는 공격수에게 시선이 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수 김남일의 인기는 인터넷의 위력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가 됐다.
프랑스와의 평가전때 지단의 부상이 김남일의 과감한 수비 탓이라는 소문이 돌자 `지단 연봉이 얼만데'라는 주위의 질문에 김남일이 `내 연봉에서 까라고 하세요'라고 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하자 `터프가이' 김남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한국팀의 경기가 진행될수록 김남일의 저돌적인 플레이는 팬들의 주목을 받기시작했고 최근에는 안정환의 인기를 능가하며 `김남일 시리즈'라는 유머까지 유행하고 있다.
포털업체 프리챌의 이정아 팀장은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이 올려놓은 사진가운데 김남일의 사진을 보는 네티즌이 안정환보다 배가 많다"며 "과거에는 골을 넣는공격수가 주목을 받았으나 수비수도 공격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고 말했다.
또 미국전에서 페널티킥을 넣지 못한 이을용도 비난의 화살을 받을 뻔 했으나이을용의 비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활약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최선을 다한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여성을 축구팬으로 = 여성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남자들이 군대가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동안 국내에서 축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에서는 인터넷이 여성들의 관심을 축구로 돌리는 데 결정정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여성의 경우 축구 게임이나 승부 자체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사생활이나 뒷이야기에 더 애착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같은 여성의 요구를 채워 준 것이 인터넷이라는 것.
인터넷에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평소 모습과 어린시절 모습을 담은 사진을비롯해 대표선수들의 자세한 신상, 선수들끼리의 사적인 이야기, 부모님께 보내는편지가 팬클럽 홈페이지에 올라 여성축구팬들이 연예인에게나 갖는 애착을 선수 개개인에 대해 갖게 했다.
이같이 형성된 여성팬들의 선수 개개인에 대한 애정이 대규모 길거리 응원에 여성들을 끌어 모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털업체 다음의 원윤식 팀장은 "선수 개개인에 대한 사적인 모습이 월드컵기간인터넷 카페를 통해 대량으로 퍼졌다"며 "물론 이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이 아닐 수있지만 대표팀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메신저가 속보의 통로 = 이미 사용자가 1천만이 넘은 인스턴트 메신저로 월드컵 소식이 어느 대회보다도 빠르게 전파됐다.
인터넷 사용이 적었던 98년 월드컵때는 월드컵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방송이나 신문 등으로 제한됐으나 이번 월드컵때는 직접 현장에서 보고 온 네티즌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메신저를 통해 순식간에 전해졌다.
네티즌의 글은 기존 미디어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모습과 현장 분위기를 생생히전달하는 내용이 많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대회 모습이 거의 실시간으로 수백만명에게 알려졌다.
오프라인에서나 만나야 이야기했던 월드컵과 선수에 대한 의견을 메신저로 온라인공간에서 쉽게 교환하는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
또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메신저의 대화명을 `오~필승 코리아' 등으로바꿔 `메신저 응원'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 부작용도 발생 = 인터넷이 양방향성과 뛰어난 속도감으로 월드컵에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반면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독일팀의 약물복용 소동.
어느 네티즌이 통신사의 기사체를 흉내내 그럴듯하게 인터넷에 올린 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져나가 나라를 한 순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믿고 특정 선수나 팀에 대한 근거없는 인신공격이 인터넷을통해 유포되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또 경기장 주변에서 보던 암표거래가 버젓히 인터넷 공간을 통해 대량으로 이뤄졌음에도 단속법률이 마련되지 않아 독일과 4강전때는 1등석 입장권(64만원)이 24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다음 관계자는 "피파와 경찰측의 요청에 따라 30여개의 암거래 카페를 폐쇄했으나 현실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