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국내 영화판을 쥐락펴락하는 속에 또 하나 거물(?)이 찾아왔다. 다이하드 4.0. 브루스 윌리스다. 그가 12년 만에 관객을 다시 찾는다. 3편을 찍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 살. 올해로 쉰 둘인 노장이 과연 4편을 통해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하는 관객에게 브루스 윌리스는 그 냉소적인 미소와 함께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라고 한 마디 쏘아 붙인다. 컴퓨터 그래픽 등 첨단 디지털 기술력을 동원한 요즘 할리우드 액션에 길들여진 관객에게 피투성이 범벅으로 악당과 뒤엉켜 싸우는 브루스 윌리스의 화려한 액션은 기억 속에 가물거리는 70~80년대 아날로그 액션의 향수를 고스란히 되살려 놓는다. 뉴욕 경찰의 30년차 베테랑인 존 맥클레인 형사(브루스 윌리스)에게 애송이 해커 매튜 패럴(저스틴 롱)을 FBI본부로 이송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억수로 운 나쁜 형사 맥클레인에게 만사가 순조로울 리 없다. 그저 단순한 이송 업무라고 생각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상대는 미국 전체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려는 디지털 테러리스트들. 숨통이 질긴 형사 맥클레인은 정부에 불만을 품은 전직 정부 요원 토마스 가브리엘(티모시 올리펀트), 그의 애인 메이 린(매기 큐)과 혈전을 벌인다. 최첨단 컴퓨터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과 권총 한 자루 그리고 온 몸이 무기인 열혈형사의 불꽃 튀는 전투가 흥미진진하다. 쉰이 넘은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브루스 윌리스의 몸을 불사르는 연기와 액션 장면의 강도는 오히려 한층 높아졌다. 은근 슬쩍 사용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날로그 액션의 생동감은 마치 눈앞의 라이브 쇼를 보듯 더욱 현실적이다. 미국식 영웅주의는 여전하지만 그 동안 다이하드 시리즈를 즐긴 관객들에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듯. 스파이더맨, 캐리비안의 해적, 해리포터 등의 화려한 CG 액션으로 뒤범벅된 영화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이하드 4편은 TV 스턴트 묘기 프로에서나 등장할 법한 사실적인 액션 장면들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자동차를 질주시켜 저공 비행하는 헬리콥터를 폭파하는 장면이나 최첨단 F35 전투기를 아무런 무기 없는 대형 트럭 한대로 격추하는 장면은 아날로그 액션의 상상력 극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언더월드1편과 2편을 만든 렌 와이즈먼이 메가폰을 잡았다. 17일 개봉. 12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