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제 관련 블로그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나라 전직 중앙은행 총재들이 현직 수장의 통화정책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공개발언을 자제하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하반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버냉키 의장의 블로그 내용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버냉키 전 의장은 30일(현지시간) 오전6시 특임연구원으로 몸담고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에 '벤 버냉키의 블로그(www.brookings.edu/blogs/ben-bernanke/)'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는 "이제는 민간인으로서 더 이상 연준 감시자들의 현미경 아래 놓이지 않은 채 경제ㆍ금융 주제를 말할 수 있게 됐다"며 "내 의견은 연준 내 예전 동료들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블로그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연준 통화정책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버냉키 전 의장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거가 됐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의 평가다. 그의 발언은 요즘에도 주요 언론들이 속보로 다루고 있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과거 버냉키 전 의장의 오른팔로 불렸다. 블로그 개설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로어는 순식간에 3,000명으로 늘었다.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버냉키 전 의장의 첫 작품인 '금리는 왜 이렇게 낮은가'를 옹호하는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에 게재하기도 했다. 과거 버냉키 전 의장이 '@benbernanke'라는 계정의 트위터를 개설했을 때도 2주 만에 팔로어 수가 1만1,200명을 넘어섰다.
그는 이번 블로그에서 "미국이나 다른 주요 국가의 저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반영한다"며 "금리를 올렸다면 미 경제가 둔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이 인위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는 바람에 금융시장이 왜곡됐고 노인 등 이자 생활자들이 큰 피해를 당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