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눈덩이 재정적자] 美 재정적자 장기화 우려

`최근 세계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발발 시기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이 같은 명제는 이라크 전후 세계경제를 예측하면서 `재정적자`라는 변수에 무게를 둘 경우 `참`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 특히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가 미국의 이라크 전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다시 미국의 재정적자 폭을 늘려 결국 세계경제 회복속도를 늦추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 이라크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것인가 아니면 장기화 될 것인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라크 전비가 1,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도 800억달러의 막대한 전비가 소요됐었지만 당시엔 이 가운데 80%인 650억달러를 동맹국들이 분담, 미국의 부담은 그 만큼 가벼웠다. 그러나 이번에 는 상황이 다르다.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등 대다수의 동맹국들은 이라크전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전비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하나같이 한 발 빼는 모습이다. 국내 재정적자 문제로 내 코가 석자인 마당에 남의 일 돌볼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 이런 상황에도 불구, 부시 대통령은 `고독한 전쟁`을 고집하는 `호방함`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예산을 담당하는 쪽에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와 관련 5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미 하원 예산위원회 전문 위원들은 올 예산적자 추정치를 당초보다 300억달러 가량 늘려잡았다. 이는 미 의회예산국(CBO)이 불과 5주전에 발표한 올 연방재정적자규모 추정치에 비해서도 15% 많은 규모다. 여기에 이라크 전비와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발생하게 될 세수 감소분까지 포함하면 2003년도 연방재정적자폭은 4,0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라크전과 미 재정적자의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인 이라크를 전쟁 전과 같은 안정상태로 되돌려 놓기 위한 전후 복구 비용이 앞으로 최소 10년간은 미국을 재정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와 관련, 이라크 전후 복구 비용이 향후 10년간 1조9,000억달러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면서 이는 미국경제가 매년 GDP(국내총생산)의 2%를 전비로 지출해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