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가 분양의 함정

8ㆍ31부동산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고가 분양가 논란도 더욱 잦아지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고가 분양 책정이 도를 넘으면서 부동산시장 전체가 불안해지고 있다. 대구에서는 호화 주상복합을 짓는 한 건설사가 펜트하우스를 평당 1,700만원대에 분양하겠다며 승인을 요청,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사는 펜트하우스뿐만 아니라 나머지 평형도 평당 1,240만~1,340만원대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 같은 분양가는 지난달 같은 지역에 분양되면서 고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종전 최고가인 1,000만원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건설사는 펜트하우스 분양을 뒤로 미뤘다. 하지만 나머지 평형 역시 종전 최고가를 크게 넘는 수준이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관할 구청이 분양가 인하를 권고하고 나섰지만 분양가가 낮아질지는 의문이다. 건설사가 고가 분양을 고집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뿐만 다른 지역에서도 분양가 상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1,200만원대의 주상복합이 해운대에 등장했고 대전에서도 1,000만원대 주상복합이 공급됐다. 동탄 신도시 분양가도 원가연동제가 적용되지 않는 평형은 서울 강북 수준인 평당 900만원대까지 올랐다. 고분양가 책정은 최근의 ‘청약 양극화’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 8ㆍ31대책 이후 분양시장이 침체하면서 청약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자 사업이 잘되는 곳의 분양가를 높이는 ‘배짱 분양’의 연결고리가 형성된 된 것이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좋은 곳의 분양가를 높이면 다른 곳에서 미분양으로 손해가 나도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해진다. 시행사들도 경쟁이 치열해지자 되는 곳에서 한몫 챙기려는 생각에 분양가를 높이는 데 가세하고 있다. 고가 분양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시장 전체에 파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후에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물론 주변 아파트 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청약 경쟁에 가세하지 못하거나 탈락한 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심화시킨다. 8ㆍ31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분양가가 잡히지 않자 제도 보완이나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분양원가 공개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고가 분양의 유혹에 빠져들면 들수록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해지고 결국에는 더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건설사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스스로를 옭아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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