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러운 서울시

■ '용산개발 좌초' 서부이촌동 부동산시장 가보니…
주민 소송 제기 움직임에 대출분 보상 등 해법 없어
독자개발도 이해 갈려 진통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처하면서 서울시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무리하게 서부이촌동을 용산사업에 끼워 넣은 '원죄'가 있는 서울시는 당장 사업이 파산할 경우 주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지만 보상 문제 등에서 별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일단 서울시로서는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주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면서도 "관계된 투자자들 간에 합의가 있은 후에 서울시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사업이 아직은 파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봐 가면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얘기다.

일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소송 제기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는 투자를 위해서 대출을 받은 문제까지 책임지고 보상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다음달 21일까지인 실시계획인가 신청 기한까지 접수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구역 지정이 자동 해제될 경우 서울시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역 해제 수순에 들어가면 용산개발에 대한 새 판을 짤 수밖에 없고 서부이촌동의 경우 역세권개발과 분리돼 독자 개발로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시는 뉴타운 출구전략과 마찬가지로 서부이촌동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사업 추진 여부를 선택하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촌2동의 한강변 아파트와 연립ㆍ단독주택지 등을 구역별로 나눠 재개발ㆍ재건축 추진 여부를 주민들의 선택에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붕괴된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 재정을 투입, 가로 정비와 상가 리모델링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지별로 주민 간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데다 시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라 이 같은 방안이 실제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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