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곳 중 1곳 돈 벌어 이자도 못내

작년 수익성 2003년 이후 최저… 1,000원 팔면 겨우 48원 남겨


지난해 국내기업 3곳 중 1곳이 돈을 벌어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수익성도 떨어져 1,000원어치를 팔면 48원을 남기는데 그쳤다. 이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18일 한국은행이 금융ㆍ보험업을 제외한 상장기업 1,541개와 각 업종을 대표하는 주요 비상장기업 18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기업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낸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은 2011년 418.4%에서 지난해 375.1%로 급락했다. 그나마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은 32.7%로 3곳 중 1곳이 해당됐다. 100% 미만 기업은 2010년부터 2년째 증가했다.

은행 빚이 없는 무차입기업은 2011년 7.3%에서 지난해 8.2%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우량기업이 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차입 자체를 꺼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성장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매출액증가율은 전년의 14.1%에서 5.0%으로 거의 3분의 1토막 났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석유ㆍ화학(32.5%→1.7%)이 부진했고, 도소매업(17.7%→0.6%)도 제자리걸음을 걸은 탓이다. 총자산증가율(8.3%→4.9%)과 유형자산증가율(8.2%→5.8%)도 악화됐다.

수익성은 전체적으로 떨어진 가운데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3%에서 4.8%로 떨어져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기전자(4.3%→7.6%)와 자동차(8.1%→7.7%)는 선전했지만, 건설업(1.8%→0.2%)과 운수업(0.8%→0.6%)은 지지부진했다.

그나마 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행태로 부채비율은 2011년 99.3%에서 지난해 93.8%로 떨어졌다. 영업을 통한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55.5%에서 66.2%로 개선됐다. 다만 건설업은 영업활동과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모두 나빠져 현금흐름보상비율이 14.1%에서 7.71%로 반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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