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글로벌기업과 로컬기업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0나노 32기가비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걸 보고 부러웠습니다. 한편으로 CJ가 국내 식품업계 1위라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CJ는 ‘터닝 어라운드’가 필요한 시점이고 변신할 것입니다. 세계로 가야 합니다.” CJ 두부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진수 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기치 않게 의미심장한 ‘자기고백’을 했다. 김 대표는 “역량을 높여야 하다 보니 경쟁사가 이미 장악한 시장에 우려 속에 뛰어든 것이 두부”라며 두부사업은 장기적으로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임을 강조했다. 앞으로 두부나 햇반 같은 한국 식문화를 해외교포ㆍ동양인만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메인스트림 시장에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의 고민처럼 한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어려운 만큼 오르고 싶은 고지이기도 하다. 테오도르 레비트 하버드대학 교수는 글로벌 경영의 장점에 대해 역설했다.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할 경우 제품 및 서비스의 표준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한 시장에서 구축된 브랜드 파워가 다른 시장으로 옮겨지는 ‘후광 효과’로 신규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것. 그러나 반대로 글로벌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잘해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나라 정서나 규정에 맞춰 사업을 전개하기가 간단치 않기도 하거니와 과거와 달리 전세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면서 로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 보스턴컨설팅(BCG)은 최근 신흥시장 기업 중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만한 곳이 얼마 전만 해도 10여개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수백 개로 늘어났으며 글로벌 기업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이마트 같은 로컬 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철수한 국내 사례가 BCG 보고서를 대변해준다. 결국 우수한 글로벌 기업은 우수한 로컬 기업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21세기 지구촌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로컬 기업의 구분이 굳이 필요없기도 하다. CJ의 글로벌 사업은 삼성전자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음식은 상품인 동시에 문화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CJ의 햇반이나 두부가 해외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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