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방식이 바뀐다. 지금까지는 상품별 가격 비교를 통해 가격담합 등의 행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특정 상품이나 상황의 왜곡된 가격 구조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 조사에 잡힌 기업들은 한층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그 첫번째 대상으로 쇠고기를 잡았다. 산지 소 값이 폭락해도 쇠고기 값은 여전히 비싸다는 논란과 관련, 쇠고기 유통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결과는 다음주에 나온다. 공정위가 상품별 비교 정보가 아닌 특정상품의 유통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동수(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통과정이 왜곡된 분야는 정보 제공을 확대해 합리적인 거래와 소비를 유도해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올해 2억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전년과 비교해 쇠고기 판매점, 대형 마트 정육점 등의 유통마진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또 같은 소고기가 지역과 판매점에 따라서는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오는 3월까지 유아복, 유모차, SPA의류(유니클로ㆍZARA 등)에 대한 비교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유모차의 경우 국내 브랜드는 50만원, 수입산은 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 차이가 극심해 소비자 불만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어 3월 중 문을 여는 온라인 컨슈머리포트를 통해 패스트푸드, 음료수, 생수, 등산화, 인터넷전화-TV 결합상품, 해외여행상품, 디지털TV, 스마트폰, 여성용 화장품 등의 가격과 품질을 조사해 제공한다.
또 자동차정비업과 외식업 대형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부당행위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고 상반기 중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정비업은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2개사 정도가 제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영점 형태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제외한 5개 커피전문점 가맹본부의 부당행위에 대한 조사도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전날 대한상의를 통해 기업들이 공정위 조사에 불만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서는 "현장조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