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를 좋아하는 장쉬. 그러나 오늘은 이 천지대패를 결행하지 않았다. 그는 흑61로 사이드스텝을 밟고 백62를 허용하는 타협책으로 나갔다. “패를 결행하는 것을 무리라고 봤나요?”(가와구마 리포터) “팻감이 없어요. 결정적인 팻감이 한 개만 있었어도 패를 결행했을 겁니다.”(장쉬) 패를 결행하자면 흑61로는 가에 끊어야 한다. 백은 무조건 62, 64로 따낼 것인데 그렇게 진행되고 나면 가에 끊은 흑돌은 공연히 공배를 하나 메운 것에 지나지 않는 전혀 쓸모없는 돌이 될 것이다. 차라리 실전처럼 63, 65로 진행하는 편이 흑으로서는 현명한 선택이다. 결국 67까지로 절충이 이루어졌는데…. “분명히 백이 성공을 거둔 것 같은데 이득은 오히려 흑이 더 많이 챙긴 결과 같군요. 백이 좌변을 좀더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수순은 없었나요. 이를테면 백62로 나에 하나 몰아둔다든지….”(가와구마 리포터) “그게 잘 안돼요. 장쉬명인이 교모하게 흐름을 리드하고 있어요.”(하네) 백62로 나에 모는 수순은 분명히 선수다. 그러나 부작용이 생긴다. 참고도1의 흑4까지 진행된 후에 흑이 A에 두는 강수가 남는다. 백1과 흑2의 교환이 없으면 그 수는 성립되지 않는 자리라는 것이 포인트. 그렇다면 참고도2의 백1에 하나 이어두는 수는 없었을까. 그것은 흑2, 4로 살고 흑6으로 손을 돌려 역시 흑의 만족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